채봉감별곡 : 달빛아래 맺은 약속 변치 않아라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5
권순긍 지음 / 나라말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채봉감별곡>은 비교적 근대(1910년대)에 발표된 고전소설이다. 따라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이전의 고전소설에서 보이는 봉건시대의 전형적 인물이 아닌 개성적이며 근대적인 인물들이 자신들의 현실에 대해 보다 진취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채봉은 평양문 밖 김진사의 무남독녀 외딸로 재색을 겸비한 처녀다. 아버지 김진사가 서울로 사윗감도 구할 겸 벼슬을 사러 간 사이 채봉은 우연히 뒤뜰에 나왔다가 무너진 담 틈으로 장필성이란 선비를 만난다. 몸종 취향의 주선으로 시를 주고 받으며 서로 백년가약을 약속한다. 채봉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고 필성이 보낸 중매장이를 맞아 필성을 직접 만나보고는 사위로 삼기로 한다.

 

한편 서울에 간 김진사는 당대 세도가인 허 판서의 문객 김양주의 도움으로 돈을 주고 참봉 벼슬을 산다. 김양주가 다리를 놓아 허 판서를 만난 김 진사는 돈 만냥에 과천 현감 자리를 시켜준다는 말에 가지고 있는 오천냥을 바치고 나머지는 평양에서 가져오기로 약조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채봉 이야기가 나오자 욕심이 생긴 허 판서는 김 진사에게 채봉을 자신의 첩으로 줄 것을 요구하고 벼슬욕심에 눈 먼 김 진사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평양으로 돌아온 김 진사는 아내를 설득하고 채봉을 구슬리지만 채봉은 허 판서의 첩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채봉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김 진사와 아내는 가산을 정리하여 채봉을 데리고 서울로 떠난다. 주막에서 하룻밤 묶는 사이 채봉은 부모 몰래 홀로 도망쳐 평양으로 되돌아 가고 김 진사와 아내는 화적의 습격을 받아 재산을 모두 잃는다. 하루 아침에 재산와 딸을 잃고 서울에 도착한 김 진사는 허 판서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지만 허 판서는 오히려 김 진사를 옥에 가두고 돈을 가져오든지 딸을 데려 오라고 요구한다.

 

할 수 없이 김 진사의 아내 이씨만 평양으로 되돌아 와보니 채봉은 취향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채봉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허 판서의 첩으로 갈 것을 종용하지만 채봉은 다시 거부하고 자신의 몸을 팔아 기생이 되어 아버지를 구할 돈을 구한다. 채봉은 송이라는 기생이 되어 예전에 장필성과 나눈 시를 문제로 내고는 답시를 알아맞추는 사람에게만 몸을 허락하겠다고 하고 그 소문은 평양 전역에 퍼진다. 

 

김 진사 가족이 모두 서울로 떠났다는 말에 낙심하던 장필성은 우연히 그 소문을 듣고 송이를 만나러 왔다가 송이가 곧 채봉임을 알게 된다. 그동안의 사정을 서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사랑을 나눈다. 그러던 중 새로 부임한 평양감사는 송이가 서화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 곁에 두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고 자신을 도와 문서를 처리하는 일을 맡긴다. 장필성도 행여 채봉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이방이 되어 감사를 모신다. 채봉은 공문서의 필체를 보고 장필성이 이방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만날 수 없어 안타까움이 사무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추풍감별곡'이란 노래를 짓고는 흐느끼다 잠이 든다. 채봉이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방에 왔다가 '추풍감별곡'을 본 감사는 채봉을 깨워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묻는다. 채봉으로부터 그들의 기막힌 사연을 듣게 된 평양감사는 이튿날 장필성을 불러 채봉과 재회하게 하고 김 진사를 빼내기 위해 형조에 손을 쓴다.

 

한편 이씨 부인은 채봉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몸을 판 돈을 허 판서에게 바쳤으나 허사였다. 하지만 얼마 뒤 허 판서는 역모를 꾀하다 발각되어 삼족이 멸해지고 김양주도 처형당한다. 김 진사는 평양감사가 형조에 보낸 문서 덕에 풀려나와 아내를 만나 평양으로 돌아오게 된다. 평양으로 돌아온 김 진사 내외는 평양감사를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장필성과 채봉의 혼례를 치른다. 그 뒤 감사의 도움으로 장필성은 여러 번 벼슬도 하게 된다.     

 

근대적 인간이란 '주체적 개인'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에 따라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질서나 관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봉건적, 전근대적 인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채봉은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근대적인 인물이다. 유교가 지배적인 이념이었던 사회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배우자를 결정하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부모의 명령마저 거부하는 채봉은 고전소설에서 보기 드문 강인한 여인이다. 비슷한 애정소설의 주인공 춘향이 이몽룡의 장원급제에 구원받았다면 채봉은 스스로 기생이 되는 모험을 통해 운명과 한판 승부를 걸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한 승리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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