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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 홍길동전 ㅣ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3
류수열 지음, 이승민 그림 / 나라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사람 치고 홍길동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홍길동은 특정 인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를 넘어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가리키는 말이 된지 오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호쾌하게 세상을 휘젓는 영웅, 활빈당의 우두머리이자 후에 율도국의 왕이 되는 홍길동은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엄격한 유교적 신분사회였던 조선에서 재상인 아버지와 몸종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길동은 그 출생부터 세상과의 부조화를 드러낸다. 서자라는 이유로 남다른 재주를 지녔음에도 세상에 쓰일 바가 없게 된 남아에게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저항하는 반역의 길은 어쩌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 아니었을까?
불합리한 사회질서와 부패한 지배권력에 맞서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홍길동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옛과 지금의 수많은 대중들에게 대리 만족의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길동의 활약이 가진 한계도 명확하다.
관군과 조정을 마음 대로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병조판서 벼슬을 받는 것으로 더이상의 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나 해외로 진출하여 율도국을 정벌하고는 스스로 왕이 되어 처첩을 거느리는 것 등, 여전히 지배이념에 종속되어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혁하거나 질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의지가 길동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불가피한 시대적 한계였다 할지라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대중들은 영웅을 사랑한다. 특히나 시대가 어려울수록 세상이 불합리할수록 자신들의 편에 서서 싸워줄 영웅의 출현을 기대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홍길동의 출현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대의 홍길동은 초인간적인 영웅 한 사람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많은 홍길동들. 한 자루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세상을 바꾸려던 그런 홍길동들이 더욱 필요하다. 난세가 영웅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