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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역사는 역사해석의 역사'라고 한다. 단 두 사람이 관련된 1분 전의 사건조차 사람마다의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수천 년 전의 사건에 대해, 그것도 역사적 사료가 부족한 사건에 대해 무한한 관점의 차이와 해석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요새 드라마로 새롭게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선덕여왕'이란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향기 없는 모란꽃 이야기와 지귀설화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이 인물에 대해 근래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소설과 대중적 역사서들이 늘고 있다. 그 가운데 <상처 입은 봉황, 선덕여왕>은 그 추론의 신선함과 파격성에서 단연 눈에 띈다.
여성이었기에 지난 천 오백여년 동안 평가절하된 채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선덕여왕'을 저자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백제 고구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신라가 진흥왕 이후 점차 세력을 확대하면서 주변국가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시기에 선덕여왕은 여성의 몸으로 왕위에 올라 팽창적 정복전쟁보다 문화발전을 통한 내실을 기함으로써 후일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에 의한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나 기존 사서에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선덕여왕의 최후에 대해 김유신과 김춘추에 의한 유폐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사실여부를 떠나 새로운 관점으로 그 당시 권력투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역사는 늘 그래왔든 살아남은 승자의 기록이고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따라서 역사 기록은 늘 편파적이었고 그러하기에 역사는 새롭게 해석되어져야만 한다. 역사적 사실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만나 해석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단순한 과거의 사건들은 생명력을 얻고 해석자 당대의 사회문화를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즉 과거 역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늘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의 의미가 바로 이러한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