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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내 나름의 독서법 가운데 하나는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읽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광풍 같던 유행이 지난 다음에 읽는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다른 독자들의 찬사로 인한 선입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작년 겨울에 출간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어느새 1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신경숙의 재주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밀리언셀러가 만들어지는데는 작품 외적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도대체 어떤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책을 읽게 만들었는가?
<엄마를 부탁해>는 한달 사이 연이어 있는 남편과 자신의 생일을 치르기 위해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상경했다가 실종된 칠순의 노모를 찾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노모는 오래 전부터 뇌졸중을 앓아왔다. 최근에는 익숙했던 부엌일조차 할 수 없고 자주 기억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런 노모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총 4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소설은 소설가인 큰딸, 장남, 남편, 그리고 새가 된 엄마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너무나 오랫 동안 한 자리를 지켜서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물건마냥 엄마는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잊혀진 존재였음을 남은 가족들은 뼈아프게 깨닫는다.
막 일어서는 암소를 태몽으로 태어난 엄마는 평생 소처럼 가족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일했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다. 무심한 남편, 시어머니 같은 시누이, 어느새 머리가 굵어져 더이상 엄마를 필요치 않는 아이들. 어머니는 뼛국물까지 다 주는 가는 소처럼 사라졌다.
읽다 보면 우리 엄마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한, 아니 과거 우리의 모든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할 만한 이야기이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 소설이 밀리언셀러가 된 까닭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이 박소녀(실종된 엄마의 이름) 댁 가족들만이 아닌 것이다. 그 댁의 큰딸같은 사람, 큰아들같은 사람, 그 남편같은 사람이 백만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