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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류시화 지음 / 푸른숲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은 시인이자 구도자, 그리고 여러 명상서적의 번역가로 유명한 류시화의 첫 산문집이다. 팍팍했던 80년대, 낮이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와 같이 비명을 지르고 어금니를 깨무는 언어를 읽다가도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는 <삶의 길 흰 구름의 길>처럼 먼 허공에 시선을 둔 글들을 읽었었다.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와 같은 인도의 영적 지도자들의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때 내가 읽었던 많은 명상서적들은 석지현이나 홍신자, 그리고 류시화와 같은 우리나라 명상 1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번역본이었다. 특히나 류시화의 번역으로 된 라즈니쉬의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가 시인이었기에 다른 번역가들보다 시를 읊조리는 듯한 라즈니쉬만의 어투를 잘 전달한 것 같다.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은 자전적 성격이 강한 글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이 아름다운 지구별 여행자의 내면풍경을 잘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스스로 북극성에서 왔다는 저자는 끊임없이 삶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으며 무엇을 배우지 못했는가를 묻는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출생과 사망 사이의 유한한 시간대를 여행하는 '나'에게 이 여행의 목적과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리하여 마침내 그러한 '나'는 누구인가?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삶을 체념해 버린듯한 그는 이미 이러한 질문에 대한 어떠한 답도 주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만약 답이 주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침묵의 소리를 통해서일 뿐. 눈이 내리는 소리, 꽃이 벙그는 소리, 거미줄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 이른 새벽 떠오르는 태양의 노래 소리, 그 소리 없는 소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