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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 앤디미온 스프링 ㅣ 비룡소 걸작선 54
매튜 스켈턴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비밀의 책 ; 엔디미온 스프링>은 두 개의 이야기가 새끼처럼 꼬여있는 소설이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이야기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이야기는 15세기 독일 마인츠에서 구텐베르크의 도제인 엔디미온 스프링이 1인칭의 '나'로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인쇄기를 이용해 성서를 찍어 돈을 벌려는 구텐베르크에게 푸스트(파우스트)란 인물이 나타나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동업을 요구한다. 그는 하인처럼 부리는 데릴사위 페터와 두 마리의 뱀이 새겨진 궤짝을 가져왔다. 어느 날 밤 엔디미온은 푸스트가 궤짝 안에서 용의 가죽으로 만든 종이를 꺼내는 것을 엿보게 된다.호기심에 몰래 궤짝 안의 용피지를 꺼내보자 용피지는 엔디미온에게 세계의 신비를 보여준다. 그리고 용피지의 일부는 책으로 변신해 엔디미온의 수중에 들어간다.
불멸의 지혜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는 푸스트로부터 용피지를 지키기 위해 엔디미온은 페터의 도움을 받아 또 한 권의 책으로 변신한 궤짝 속의 나머지 용피지를 등에 지고 영국의 옥스퍼드로 떠난다. 되도록이면 푸스트로부터 멀리, 그리고 책들로 가득 찬 대학 도서관에 그 책을 숨기기로 한 것이다. 여러 어려움 끝에 마침내 엔디미온은 옥스퍼드에 도착하고 도서관 근처의 교회 밀실 바닥에 책을 숨긴다. 그러나 엔디미온의 이름이 새겨진 또 한 권의 책은 같이 묻히지 않았다.
또 다른 이야기는 아빠와 불화로 잠시 떨어져 지내는 엄마를 따라 옥스퍼드에 온 블레이크와 더크 남매의 이야기이다.
블레이크는 우연히 대학 도서관에서 백지로 된 신비한 책을 발견하는데 책에는 '엔디미온 스프링'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책은 고서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엑스 리브리스 클럽의 초대 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던 살마나차르에 의해 발견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블레이크를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책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블레이크와 여동생 더크는 때론 대립하고 협력하면서 엔디미온과 마찬가지로 '궁극의 책'을 노리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블레이크는 더크와 함께 옥스퍼드의 미로와 같은 거대한 지하 도서관에 들어가 '궁극의 책'을 찾아 헤맨다. 어둠의 세력 역시 가까이 있다는 것을 남매 또한 알고 있었다. 블레이크는 책들로 가득한 깊은 우물 속에 들어가 마침내 궁극의 책을 찾지만 우물 위에 기다리고 있던 여동생 더크가 납치된다. 책과 여동생을 바꾸자는 쪽지를 보고 찾아간 약속 장소에서 평소 자신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던 엑스 리브리스 회장의 아내인 다이애나 벤틀리를 만난다. 그녀는 엑스 리브리스 초대 멤버 가운데 한명이었으며 책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로부터 책과 동생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블레이크는 정신을 잃게 되고 책은 그 와중에 옥상의 틈새로 사라진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블레이크는 어느새 가족을 찾아온 아버지와 재회하고 졸리언 교수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누군가가 집앞에 가져다 놓은 '엔디미온 스프링'을 발견한다.
<비밀의 책 ; 엔디미온 스프링>은 출간 즉시 영화화 하기 위해 판권이 팔렸다는 소식만으로도 대단히 흥미있는 소재와 재미있는 이야기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조금 깐깐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같이 이야기 구조가 치밀하지는 못한 듯 하고, 사건 전개 속도 역시 조금 느슨한 느낌이 든다. 책을 소재로한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나 움페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비교해도 그 무게와 맛이 아직은 설익은 듯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책에 코를 파묻고 오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는 사람들, 도서관의 오래된 종이 냄새가 어머니 체취처럼 그리운 사람들, 퍼즐처럼 복잡한 이야기 속의 단서와 수수께끼를 맞춰보는 데 남다른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통 이상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