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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흔을 넘긴 나이라 그런지, 어느날 문득, 앞으로 얼만큼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읽은 책보다는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았는데, 앞으로 얼마 뒤면 그 무수한 책들을 읽어주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갑작스레 처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생각을 일으켰으니, 앞으로 모든 책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꼼꼼이 깊이 읽어두자는 것이다. 그 거창한 계획의 첫단추를 어릴 적 대중가요 가사로만 들었던 '모모'란 소설로 시작하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첫 챕터를 읽는데 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어느 마을 폐허로 남은 원형극장에서 홀로 지내는 모모를 걱정하는 마을 어른이 물었다.
"그럼 생일이 언젠데?"
모모는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제가 기억하기론 저는 언제나 있었던 것 같아요."
전율! 이 등줄기를 아래 위로 훑어 내리는 듯한 짜릿함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영원의 그림자를 흘깃 본 듯한 느낌. 시작과 끝이라는 직선적 시간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영원, 무한, 절대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불가능한 임무, 미션 임파서블이다.
모모라는 신비한 소녀,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 신사(시간도둑),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 박사(Second Minute Hour, 즉 시간 그 자체를 인물화한 것은 아닐까?), 태고의 눈을 가진 거북 카시오페이아..... 참 매력적인 이야기를 읽었다. 어째서 나는 어렸을 적에 이런 좋은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나? 잃어버린 시간들을 오늘부터라도 되찾아야겠다.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면서 느긋하게 말이다.
모모 이야기 속의 재미있는 수수께끼 하나
세 형제가 한 집에 살고 있어.
그들은 정말 다르게 생겼어.
그런데도 구별해서 보려고 하면,
하나는 다른 둘과 똑같아 보이는 거야.
첫째는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야.
둘재도 없어. 벌써 집을 나갔지.
셋 가운데 막내, 셋째만이 있어.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도 있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되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재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어.
셋째를 보려고 하면,
다른 두 형 중의 하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지!
말해 보렴. 세 형제는 하나일까?
아니면 둘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는 것일까?
자, 답을 말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