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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ㅣ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현실세계에선 뚱뚱하고 겁많은데다가,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내를 잃은 슬픔에 젖어 아들에게 무관심한 아버지를 둔 바스티안은 어느 날 고서점에서 <끝없는 이야기>란 책을 훔치게 된다. 집으로도 학교로도 돌아갈 수 없는 바스티안은 혼자 학교 창고에서 책을 읽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환상세계를 구할 사람이 자신이란 사실을 깨닫고 이야기 속으로 뛰어든다. 그렇게 환상세계에 뛰어들어 환상세계를 위기에서 구하기까지가 이야기의 전반부라면, 환상세계 속에서 현실세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과 능력을 얻은 바스티안이 다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로 가는 길을 찾는 과정, 엄밀히 이야기해서 진정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기까지가 이야기의 후반부이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자아발견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환상을 통해 현실에서의 결핍감에 대한 보상과 무능력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는 있으나, 계속해서 환상에 매달린다면 현실감각을 잃고 현실세계에서는 물론 환상세계에서도 더이상 새로운 상상과 창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암시도 들어 있다. 시간과 공간, 환상과 현실, 이야기와 실재, 아이와 어른.... 미하엘 엔데는 이 분명한 듯 하면서도 가만히 눈여겨 보면 경계가 모호한 두 영역 사이에 흥미진진하면서도 잠시 그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만드는 '비밀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무한한 호기심과 새로운 비전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이들이 기꺼이 손에 땀을 쥐고 한 발 한 발 그 안으로 발을 들여 놓게 만드는 이야기의 통로. 그리하여 환상은 현실에, 현실은 환상에 저마다 존재의 이유와 근거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