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이가 된 스탠리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1
제프 브라운 글, 토미 웅게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차이와 다름, 그리고 상상력의 끝은 어디?

 

 한 작가가 있었다. 소설을 써야하는데 마음에 드는 구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는 도서관의 정보실에 들어가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관련 자료를 찾으려고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누군가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갈쿠리 같은 손이 마구마구 자신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창문사이로 내리쬐는 태양빛인 줄 알았던 빛살이, 아뿔싸!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쏟아내는 빛이었다. 갈쿠리 같은 손이 작가를 두드릴 때마다 모니터에 ‘ㄹ’이라는 글자가 찍히곤 했다. 이쯤에서......

 납작이 스탠리는 전적으로 상상력의 산물이다. 가족들 누구도 납작이가 된 스탠리를 보고 호들갑스럽게 굴지 않는다.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 램촙 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납작이를 보고 호들갑을 떤다면 이야기는 재미없어진다. 스탠리의 친구인 제프리 가족도, 램촙 씨의 대학 친구도 특별한 놀라움을 보이지 않고 그저 “자네 아들은 납작하군.”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납작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일부의 어른들은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하며 시큰둥해 할 것이고, 사실성보다는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한 어른들은 ‘그래서 어떻게 됐단 말이야?’하며 책장을 넘길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야기의 사실성을 따지기 전에 그냥 ‘납작이가 된 스탠리?’ ‘어떻게 납작이가 됐다구?’ ‘재미있겠네’, ‘커다란 편지봉투에 담겨 우편물처럼 친구집에 배달되었다고?’, ‘신나는 일이야. 나도 그래 봤으면....’ 의문과 호기심과 동경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실성을 묻기 전에 상상의 나래가 아이들을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날려 보낸다. 마치 스탠리가 연이 되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 때처럼.

 저자는 납작한 스탠리를 통해 어린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들은 ‘상상력에 날개달기’가 주업인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만은 않는다. 상상 속에 잘 버무려진 교훈과 감동의 알약을 독자에게 먹이려 한다. 저자 제프 브라운은 남들과 다른 외모가 가져오는 기이한 행동반경을 한번 훑어 보여준 다음, 다름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편견까지 꼬집는다. 사람들은 개성을 중시하고 숭상하면서도, 특별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것을 거부하고 시기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스탠리는 액자 속에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가 미술관 전문털이범을 잡아내는 활약을 보임으로써 납작함이 주는 특별함을 한껏 선보인다. 그러나 그 특별함으로 인해 스탠리는 곧 추락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영웅으로 떠받들던 손으로 그의 외모에 대해 손가락질을 해댄다.

 “야!, 슈퍼 울트라 납작이다.”

 결국 동생 아서의 도움으로 스탠리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만, 이 동화는 영원히 납작이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 속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만든다. 차이와 다름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변화를 유도한다.

 다시 서두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자판기의 워드키가 된 작가는 이제 자기가 두드려 대던 자판이 되어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의 손가락 찜질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상상해 보시라. 그건 모두 당신들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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