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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닦이 삼총사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보는 눈을 맑게 닦아주는 동화
-‘창문닦이 삼총사’를 읽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 하지만, 꿈과 희망의 종류는 다양하기만 하다. 미래의 꿈이 미리 정해지면 자신이 갖고 있는 온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고, 그만큼 꿈을 이루는 시기도 앞당겨진다. 그러나 이 꿈과 희망이라는 게 너무 막연하다. 과연 세상은 넓고 넓으며 할 일 또한 많다.
‘창문닦이 삼총사(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는 꿈의 뭉치를 받아들고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하는지 헤매는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힌트를 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마리의 동물인, 기린, 펠리컨, 원숭이가 창문닦이를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들 셋은 창문닦이 수건과 물만 있으면 어떠한 높이의 창문이라도 흠집하나 내지 않고 닦을 수 있다. 기린의 기다란 목이 사다리가 되고, 펠리컨의 자루같은 부리가 물을 담아낼 수 있으며, 몸이 가벼운 원숭이가 창문을 윤이 나게 닦아 낸다. 그들이 창문 하나하나를 닦아나갈 때는 사다리의 높낮이 조작이나, 옆으로 이동을 위한 시간이 따로 필요 없다. 닦아나가는 대로 기린 목이 높낮이를 바꿔가며 움직여 준다. 그러니 햄릿 공작 저택에 있는 677개 창문도 그들에게는 많은 게 아니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실현가능성과 적합성이 중요하다. 꿈은 현실에서 실현가능해야하고 나에게 맞아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낼 수 있다. 실현가능하면서 나에게 맞는 꿈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나의 장점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나의 장점에서 꿈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기린은 목이 길므로 사다리를 대신 할 수 있고, 펠리컨은 자루같은 주둥이와 날개가 있어서 물을 담아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올릴 수 있다. 원숭이는 어떤가? 원숭이는 말 그대로 나무 타기의 명수이다. 그러니 창문틀 사이를 능숙하게 넘나들 수 있다.
세 주인공들이 하는 일에서 우리는 또 다른 감명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맑게 닦아주는 역할을 한다. 햄릿 공작의 집은 한 번도 창문을 닦은 적이 없었고 그렇게 쌓인 두꺼운 먼지가 지난 40년 동안 공작이 세상 보는 눈을 가려버렸다. 빌리와 삼총사들이 공작의 집에 찾아들면서 공작은 의심과 경계에서 벗어나 동심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공작은 삼총사에서 공작의 저택에서 마음껏 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이 동화의 화자인 빌리, 즉 삼총사의 매니저에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과자가게를 열어준다.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 특히 이 작품 전체에서 보여주는 무한한 상상력은 어른들 마음속에 끼어있는 때를 말끔히 닦아낸다. 빌리가 꿈꾸는 열심 과자가게의 물건들은 동심과 상상력의 백미이다. 뱅글뱅글 껌, 보글보글 차, 벌컥벌컥 주스, 지글지글 소시지, 배꼬르륵 빵, 침 질질 과자, 입술 핥아 사탕, 삐까번쩍 알사탕, 거인왕 바보 과자, 찌르르 전기파 사탕, 공갈협박 과자와 주둥이 껌, 탱탱 풍선껌, 후후훅 셔벗, 혓바닥 긁어 과자 등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동물의 자연스런 조화, 담백한 푸딩을 먹는 듯한 문장들, 깔끔한 구성, 무엇보다 풍부한 상상력이 어른과 어린이 독자를 동화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이 동화를 통해 또 한 번의 상상여행을 떠나본다면, 한결 풍성하고, 부드러우며, 맑아진 마음을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