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 펫로스, 남겨진 슬픔을 갈무리하는 법, 세종도서 선정작
이학범 지음, 김건종 감수 / 포르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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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가족이다. 가족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별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곁에서 모든 걸 지켜봐 주고 위로해 주던 대상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아플까. 개나 고양이와 살아가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의 존재가 무척 크다고 한다. 가족이 주지 못하는 기쁨과 위안을 준다고 한다. 나는 그 마음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상실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상실의 시간이 오래갈 것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한 생명의 마지막을 보내주는 순간은 진중해야 합니다. 마치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해치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간적 여유, 심리적 여유를 더 가져도 됩니다. 그게 떠난 동물을 잘 기리는 방법이며, 나의 마음도 잘 추스르는 방법입니다. (82쪽)


우리는 아주 쉽게 말하는 실수를 범한다. 동물인데, 다른 동물을 입양하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너무 유난을 떨지 말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당사자만이 느끼는 아픔과 그리움을 모르면서 함부로 위로를 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이학범의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만이 아니라 그들을 아는 이들, 전혀 모르는 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어떤 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 삶의 질 평가표’, ‘특수목적견’(군견, 마약탐지견, 안내견 등) 과의 이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수의사인 저자는 반려동물과 이별을 한 후 느끼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이 시간을 견디고 살아가는지 알려준다. 가족이 아닌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주는 상실감이 정말 크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어떤 사례 자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힘들어 일상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례 자도 있었다. 그만큼 당사자에게는 가족 그 이상, 아니 자신과 같은 존재였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병에 걸려 죽었을 때 더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사고로 죽었을 때는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안함, 안락사의 경우 잘 한 선택인가. 모든 이별에 후회가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상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의 시선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 나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지인이 키우던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힘들었던 시기, 나는 제대로 위로를 한 게 맞는지.


우리는 반려동물의 모든 것을 엄마처럼 보살펴야 합니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물을 갈아주고, 산책을 가고, 잘 곳을 만들어주고, 주사를 맞히는 등 이 모든 일을 우리가 직접 해주지 않으면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어리든 늙었든 우리는 반려동물에게 말 그대로 ‘엄마’가 됩니다. (107쪽)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다. 합법적인 사체 처리 방법 중 하나라니. 동물 병원에 의뢰하거나 합법적인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훈육에 대한 방송이 많다. 하지만 제대로 이별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다룬 적은 없는 듯하다.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고 죽음을 경험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방법으로는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아파서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먼저 떠났다’는 식으로 말해줘야 한다고 한다. 떠난 반려동물을 대신하는 자리에 비슷한 생김새의 동물을 입양하는 것 좋지 않다고 한다.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동물에 대한 법적 절차인 ‘동물등록 말소신고’도 부분도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남겨진 동물도 슬퍼한다는 사실과 함께. 상실을 느끼는 건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도 같았다. 생각해 보면 항상 같이 먹고 때로 싸우고 놀았던 친구가 떠난 슬픔을 감당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동물도 감정이 있으니 당연하다.


여전히 힘든 마음을 정리하고 일상을 이어가는 방법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슬픔 나누기’, ‘편지 쓰기’, ‘사진첩 만들기’, ‘자기 전에 사진 보기’, ‘기념품 간직하기’, ‘나무나 꽃 심기’, ‘펫로스 모임’, ‘전문가 도움’을 권한다. 반려동물과 살아가기를 원하면서도 잘 몰라서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안내도 빼놓지 않았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 동물보호단체에서 입양, 사설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절차를 소개한다. 펫로스를 다룬다고 했지만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것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누구나 아프고 늙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듯 동물도 그러하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정된 이별만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함께해서 행복한 기쁨을 맘껏 즐기는 일이 중요하다. 반려동물들도 그걸 원할 테니까.


반려동물은 ‘슬픔과 아픔’보다 ‘기쁨과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프다고 슬퍼만 하지도 않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포기하지도 않죠. ‘순간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작은 기쁨에도 즐거워합니다. 우리도 반려동물처럼 남은 시간을 더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그게 네 발 달린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일 테니까요.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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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2-1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주 많은 사람이 동물과 함께 사는군요 거의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은 듯합니다 그거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함께 살던 동물이 죽으면 마음 많이 아프겠지요 다른 동물을 만나라는 말은 쉽게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사람도 누군가를 대신할 수 없듯 동물도 다르지 않겠지요 그 시간이 지나면 다른 동물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바로는 어렵고 다시는 동물과 함께 살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네요 동물하고도 잘 헤어져야겠네요

자목련 님 음력으로도 새해가 오는군요 다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명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21-02-10 16:08   좋아요 1 | URL
네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요. 책임이 따르기에 동물을 좋아해도 선뜻 용기를 낼 수 없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항상 곁에 있던 존재가 사라지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요.
희선 님도 새해 복 믾이 받으시고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