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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요리 살인사건 ㅣ 미식가 미스터리 1
피터 킹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0년 7월
평점 :
프랑스 요리 살인 사건
참 유쾌하면서 맛있는 독서였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요리들이 득실거렸지만 그래도 표현되는 모습들이 나에게 군침 넘어가게 했다. 주인공은 미식가 탐정이다. 참 독특한 것이 일반 탐정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식재료를 찾아주거나 요리에 어울릴만한 와인을 추천해주는 일을 한다. 그에게 어느 날 레이몽 레스토랑 주인이 찾아와 경쟁관계에 있는 '르 투르케 도르' 레스토랑의 와조 로열의 조리법을 알고 싶다고 한다. 탐정은 알겠다고 하며 일을 착수한다. 성공적으로 일을 마쳤는데 이번에는 르 투르케 도르의 주인인 프랑수아 뒤케인이 찾아와 누군가 자신의 레스토랑에 못된 짓을 한다고 한다. 식재료를 바꾸고 주방에 쥐를 놔두는 등 음모가 있다며 밝혀달라고 한다. 그 음모를 밝히는 중 IJ라는 인물이 살해당한다.
내용은 참신하거나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속도감이 좋았고 무엇보다 맛있는 요리들이 소설 속에 잘 녹아져 있다는 것이 좋았다. 코지미스터리보다는 약간 무거움 감이 있고 스릴러나 일반 추리소설보다는 약간 가벼운 것은 아마 탐정과 함께 나오는 요리 덕분인 것 같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탐정들의 모습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역시 매력이다. '탐정의 관습 따위 알게 뭐람. 알고 있는 사실을 몽땅 털어놓자'라 하며 싸늘한 눈길을 주는 경찰에게 모든 것을 말해버리는 탐정은 나는 그 어디에서도 못봤다. 심지어 코지 미스터리에서 조차 보지 못했다. 탐정이라 하면 보통 자기 혼자 일을 해결하려고 하며 결국 범인의 확신이 와서야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우리의 미식가 탐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플레처 경사에게 빠지며 모든 것을 헤밍웨이 경사에게 말한다. 경찰이 손을 떼라고 하니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하며 기꺼이 사건에 손을 뗄 것이니 걱정말라고 하는 우리의 귀여운 탐정이 나는 너무 매력적이였다. 거기다 탐정소설에서 주인공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옆의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았는가? 세상에 이런 소설은 없을 것이다. 나는 범인의 의외성보다는 사건 해결의 외외성을 더 높이 산다. 탐정소설에서 경찰이 추리를 하는 소설의 비범함이란..
프랑스 요리를 시켜 나이프로 고기를 우아하게 썰고 빈티지 좋은 와인을 마시며 책장을 넘기고 있기며 우리의 귀여운 탐정님에게 미소를 띄울 수 있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