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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야마모토 후미오는 나에게는 여자이야기 전문작가로 인식되어있다. 내가 읽은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 대부분이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극찬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책에는 항상 그녀만의 느낌이 있고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 잠자는 라푼젤에는 이제가지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과는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여자가 나온다. 좀 강하고 일과 사랑에 고민하는 여자의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다른 책과는 달리 이번에는 집 밖으로 외출도 잘 하지않는 한가한 여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시오미는 무료하고 한가하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욕심도 없고 사건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남편은 주말에만 잠사 왔다가며 항상 바뻐서 얼굴 조자 제대로 못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그녀에게 검은 고양이와 옆집소년과 한남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옆집 소년을 루피오라고 부르며 소년을 사랑한다. 그녀의 무난했던 삶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웃들은 점점 그녀를 괴롭히고 협박까지 받는다. 그녀의 사랑은 점점 커져가고 사랑이 커짐과 동시에 사건도 커져간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나에게 열세살 소년과 스물여덟살 유부녀의 사랑은 부자연스럽다. 나이를 떠나 일단 불륜아닌가. 도덕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을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모든 걸 떠나서 나는 결말이 궁금했다. 과연 이 사랑에 진정한 사랑인지, 이루어질 사랑인지가 궁금했다.
빠찡코나 하면서 남편이 벌어오는 돈에 만족하며 이런 안이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실망을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한가한 삶을 하루라고 살아보고싶기도 했다. 속도감이 있을만한 장르는 아니지만 왠지 잘 읽히는 책이었다. 빠르게 다 읽을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탑속에 갖혀있는 그녀에게 아마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가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도 무엇가 필요했고 탑을 탈출할 수 있는 무기도 필요했다. 그런데 그녀에게 루피오가 나타난 것이다. 처음 루피오가 나타났을 때 나는 그녀의 사랑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쓸쓸하고 무력한 생활에 단순히 활력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을 읽었을 때는 그녀의 활력소가 사랑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라고 생각했다. 라푼첼 시오미의 왕자님은 중학교 1학년인 루피오인 것이다.
우리는 그녀처럼 자신만의 탑에 자신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홀로 탑 속에서 마냥 한가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도 한번 왕자님을 찾아보자. 일이 될 수 있고 검은 고양이가 될 수 있다. 동화처럼 진짜 왕자님일 수 있다. 아무튼 우리도 시오미처럼 자신의 왕자님을 찾아 스스로 탑에서 한번 나와보자. 아마 야마모토 후미오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