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메일
이시자키 히로시 지음,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썼던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때 친구들과 함께 교환일기를 쓴 적이 있다.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한명씩 돌아가면서 공책에 하고 싶은 말, 오늘 있었던일, 슬펐던 일, 기쁜 일등을 적은 후 다음차례 친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책을 딱 보는 순간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폰이 있는 시대가 아니라 우리는 그 공책으로 우정을 쌓아갔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인터넷상에서 함께 가상소설을 써내려가는 이 책의 주인공들이 매체는 다르지만 왠지 그 시절 우리와 비슷한 거 같아 나는 그 날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었다.
 
네명의 소녀들이 현실에서의 힘겨움에 벗어나고자 인터넷상으로 릴레이 소설을 쓰게된다. 현실과 잘 아울리지 못하는 사와코, 소설을 먼저 제안한 유카리, 테니스 스타를 친구로 둔 마유미, 가식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싫어하는 마이. 그들은 각각 과외 선생님을 좋아하는 소녀, 소녀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스토커, 스토커를 쫓는 형사, 과외선생님이자 소녀의 남자친구로 변해서 자신이 맡은 인물의 관점에서 소설을 써내려간다.(주인공 소녀들은 너무 소설을 잘 쓴다;) 그리고 네명의 친구는 어느새 자신들이 쓰고 있는 릴레이 소설에 푹 빠지게 된다. 점점 가상의 현실과 진짜 현실이 구분되지 않게 된다.
 
처음 "파프리카북스"가 런칭됐을때 1525세대를 위한 소설 시리즈라는 말을 들었다. 청소년층을 겨냥했다는 말에 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조금은 유치한 소녀들의 성장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소설은 기대이상이였다. 추리소설로 본다면 스피드 감도 있고 반전도 무척이나 괜찮았다. 성장소설로 본다면  현실세계에서는 아니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세상은 자신들의 무대라고 생각하며 빠져드는 소녀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소녀들이 쓰는 소설과 (책 속의) 현실이 적절하게 어우려져 재미가 있었다.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에 스릴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가끔 공포물을 읽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읽지 않고서야 절대로 이 책을 평가 할 수 없는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나에게 너무 많은것을 주었다.
 
외로워하고 갈등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서 괴로워하며 자신의 도피처를 인터넷이나 가상세계에서 찾는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런 모습의 해결책을 찾아주지 못하지만 우리에게 한가지 꼭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를 남겨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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