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들이 군대에 가는 바람에 나는 최근 편지를 많이 써봤기 때문에 편지의 따스함과 그 아련한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 단순한 편지가 아닌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기나긴 편지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소식을 전하는 편지가 아닌 깊은 사연이 있는 그런 편지가 여기있다.

츠요시는 동생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도둑질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도둑질을 하는 과정에서 할머니를 살해한다. 결국 츠요시는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동생 나오키는 홀로 남겨지게 된다. 나오키의 처절한 삶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친구들의 어색한 반응과 함께 대학을 포기하고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되나 형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그만두어야 했고 재활용 회사에서 일해야 했다. 그곳에서 나오키는 구라타라는 사람에 의해 데이토 대학 통신교육부에 입학하게된다. 나오키는 공부를 하며 새 삶을 찾는 듯 했다. 그리고 스쿨링을 통해 데라오라는 친구를 만나고 그와 함께 밴드활동을 한다. 난 드디어 나오키에게 새 삶이 다가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오키의 불행은 이제 막 시작이였다. 밴드가 음반사와 계약을 하려는 순간 나오키는 다시 형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빠지게 된다. 나오키는 다시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다. 주간으로 학교를 옮기고 바에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형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부잣집 딸과의 사랑은 끝나 버리고 만다. 결국 나오키는 이제까지 자신 옆에 늘 있던 유미코와 결혼을 하게 되고 딸이 생긴다. 유미코와 함께 더이상 도망치지 않고 이겨내려고 했으나 딸 역시 차별을 받게 된다. 나오키는 아내와 딸이 소매치기를 당하고 겪는 일로 형이 죽인 할머니의 가족을 방문하고 형의 편지를 읽게된다. 그리고 형의 교도소로 위문공연을 가게된다.

읽는 동안 난 나오키의 삶에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정말로 안타깝고 처절한 삶이다. 삶의 빛을 찾으면 곧 어두어져버린다.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사랑도 일도 꿈도 오직 형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포기해야만 했다. 오히려 교도소에서 지내는 츠요시가 더 편해보였다. 편지를 보내달라고 당당히 말하는 츠요시가  미웠다.  나오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츠요시에게 분노했고 츠요시로 인해 삶이 엉망이 되어버린 나오키에게 눈물 흘렸다.

부잣집 딸, 아사미와의 러브 스토리는 진부했다. 부모가 찾아와 돈을 주며 헤어져달라는 것.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보이는 스토리였다. 거기다 너무나도 미스터리한 여자 유미코, 그녀는 항상 나오키 옆에서 어슬렁거렸고 나오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도 부실했다. 하지만 이런 진부함, 부실함이 다 떨쳐버릴 정도로 새로운 시작을 던져주었다.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문제를 던져주었다. 차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따뜻하게 받아주라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다. 오히려 따스하게 해주려는 것이 역차별이다. 이것이 '히라노 사장'을 앞세워 우리에게 작가가 전달해주는 말이 아닐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나에게 늘 흥미롭고 새로웠다. 이번 작품 역시 새로웠다. 범죄자 가족의 고통과 애환은 자주 접해봤다. 하지만 하가시노 게이고는 나에게 다른 시작을 '히라노 사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알려줬다. 그리고 문제까지 내어주었다. 나오키가 어떤 생각으로 위문공연을 가게 되었을까. 형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범죄자의 가족이 받는 차별에 대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것을 느끼는가.  어려운 문제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들이 너무 안타깝다.


형과 동생, 그들은 각각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을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알고 서로의 고통을 알아간다. 츠요시가 편지를 썼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것 아닐까? 츠요시와 나오키 사이에서의 편지는 아픔와 고통, 사랑과 가족의 연결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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