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나서는 발걸음

앨리스, 30년 만의 휴가
앨리스 스타인바흐 지음, 공경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여행은 설렌다. 기대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즐거운 것이 여행이다. 힘든 생활 뒤 즐거운 여행은 달콤한 사탕보다 더 훌륭하다. 여행전날 설레임 때문에 잠 못 이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누구에게나 즐거운 이 여행을 30년만에 떠나는 여자, 앨리스가 있다. 앨리스는 저널리스트이다. 한마디로 바쁜 언론인이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고양이만 빼면 자유로운 여자다.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생활에 벗어나고 싶은 그녀는 10개월이라는 기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의 결정은 멋졌다. 그리고 대담했다. 그런 결정을 내린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30년만에 얻은 휴가로 여행을 가는 그녀에게 동행을 했다.

그녀의 여행은 유명한 곳들을 따라 바삐 발걸음을 옮겨가는 여행이 아니였다. '파리에서 꼭 가봐야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지금 당장 느끼고 즐기고 싶은 곳'의 여행이였다.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시고 마담 플래너를 느껴보고 누군가를 만나고 그사람을 느끼고 알아가고.. 그녀가 에르메스에서 백을 구경할 때 점원과의 신경전은 정말 기억이 남는 장면이였다. 특히 여행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 만나 여행지의 추억을 만드는 일은 너무 멋진 일인것 같았다. 또 그녀가 아플때 안젤라, 새라, 빅토리아가 각자의 방식으로 간호하는 부분에서는 홀로 여행지에서 아픈 그녀가 안쓰러웠지만 웃음이 나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자신을 간호해주는 친구들..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리고 나오히로와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 베니스에서 나오히로와 다시 만났을때는 꼭 둘이 잘 되길 간절히 바랬다.

그녀와 함께 동행하며 난 그녀의 삶을 옆에서 느끼고 배우고 함께 즐겼다. 여행책이라기 보다는 각 도시르 넘나들며 삶에 대해 돌아보고 옛 사진을 보며 가족을 추억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였다. 요란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보다는 차분한 오후의 티타임같은 이야기들이있다. 그녀의 잔잔한 글들이 마음속을 풍성히 해주었다.  저널리스트 다운 글이였던 것같다.  풍경 묘사나 자신의 감정 표현들. 생생한 묘사들이 좋았지만 오히려 그녀가 평범한 여자로써 글을 썼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이 저널리스트임을 각인시키고 글을 쓴 것 같다.

여행의 즐거움, 설레임, 로맨스, 한가로움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