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인생경영론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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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계발서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독자가 처음 이 장르에(?) 입문하고자 할 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저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마 데일 카네기이지 않을까. 『인간관계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이 책으로 데일 카네기를 만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후 현대지성에서 나온 데일 카네기 시리즈로 『자기관리론』, 『성공대화론』도 읽어보았다. 『인간관계론』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자기 계발서라는 것의 속성을 맛보고 싶다면 한 번씩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인생경영론』은 앞서 세 권의 책에 이은 국내 유일 1937년 초판 완역본이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5분 전기 Five Minute Biographies’이다. ‘누군가에게 5분의 시간을 주고서 당신의 인생을 한번 요약해 보라고 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부터 먼저 이야기할 것이다.’라는 책 소개에 이끌렸다. 데일 카네기가 엄선한 인물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 소개가 책의 내용과 동떨어진 과대 포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책이 궁금해서 이 리뷰를 찾아 읽게 될 분들에게 일단 한 마디 먼저 내뱉고 시작하고 싶다. ‘잘 오셨습니다. 이 책은 거르세요.’ 



  바로 위에 한 마디 뱉고 시작하겠다고 썼지만 솔직히 시작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내가 이 책의 리뷰를 굳이 써야 하는가? 그렇다. 반드시 써야 한다. 서평 게시라는 의무에 임하고자 책을 증정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그래도 증정 도서에 이렇게까지 실망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적당히 좋은 점을 착즙해서 잠재 독자를 위한 추천의 말로 마무리하는 것이 출판사에게도 나와 정반대로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에게도 이상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지난 일주일 동안 나를 괴롭게 했지만 이것이 나의 최선이다. 다른 분들이 이 책의 장점을 발굴하여 구원의 빛을 비춰주셨으리라 기대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60명의 인물 중엔 익숙한 이름도 있고 미국 문화계에서는 원로급 인사일 테지만 다소 생소한 이름도 많다. ‘역경과 고난을 헤쳐 나간 그들의 인생 태도는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성공 원리를 보여줄 것이’라고 소개하지만 주요 인물들의 사적 특징―타고난 기질, 성정, 때로는 기벽 등―을 묘사하는 부분이 많아 신변잡기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사실상 목차에 나열된 소제목이 각 글의 주제로 제시되지만 글 자체에서 뽑아낸 주제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의도로) 이런 내용으로 수렴되길 희망하는 주제’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읽으면서 이 책이 도대체 무슨 의도로 쓰인 건지 궁금해서 서문을 다시 확인하려 했는데 이 책엔 서문이 없고 역자의 말만 실려 있을 뿐이다. 일러두기를 보니 1937년에 출간한 책과 1944년에 출간한 책 두 권의 내용을 합쳐 60명의 얘기를 실은 것이라고 한다. 어딘가 연재했던 이야기를 하나로 모은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일화들이 중구난방이다. 작가, 배우, 기업인, 과학자, 발명가, 탐험가, 전쟁 영웅 등의 일화 간 연결성을 찾기 어렵고 각 장의 주제와도 적절하게 부합하지 않는다. 역사적 인물들의 여담 모음집 같다. 



  ‘뭐지? 어쩌라고? 여기에 무슨 교훈 포인트가 있는 거지?’ 싶은 어이없는 내용에서 의미를 쥐어짜는 역자의 인생경영 포인트 부분도 짚고 넘어가자. 처음엔 정신 없는 내용을 적절히 요약을 해주었나 보다 하고 읽어나갔는데 갈수록 역자의 의미 짜 맞추기에 거꾸로 주제가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데일 카네기가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고 사실상 데일 카네기의 허울을 쓴 역자표 자기 계발서 같다.  (물론 그럼에도 각자에게 와 닿는 메시지를 찾아 삶에 반영하는 사례는 있을 수 있다. 나도 어떤 문장엔 밑줄을 그었다.)



  역자가 선택한 번역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23년도 출간 도서에서 처녀작 같은 단어를 보게 될 줄이야. 순화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도 족히 10년은 넘은 듯 한데 역자가 성차별어 바로 잡기에는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사실 오랜 경력의 역자가 관성적으로 이런 번역어를 선택했어도 편집자가 수정을 제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안 그래도 이 책인 쓰인 시기와 저자의 한계―개신교 배경의 백인 남성―때문에 낡은 느낌이 드는 책이 다듬어지지 않은 번역 덕분에 더욱 고루해졌다. (설마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 의도적 선택이라면? 그런 심오한 의도가 있었다 한들 이런 단어는 정말 그만 보고 싶다.)



  누군가 이 책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저는 현대지성에서 나온 훌륭한 고전과 양서가 많으니 다른 책을 읽으라고 권할 것입니다. 데일 카네기가 제 인생의 5분 전기를 쓸 일이 없다는 게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모릅니다. 그간 읽어온 데일 카네기의 책들과 확연히 다른 책입니다. 항상 사례를 토대로 구체적 실행법을 제시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 책은 다릅니다. 책을 다 읽고서 표지의 문구가 새삼 다르게 보입니다. 그간 번역이 되지 않았던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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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다가가기 - 우정과 상실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후아 쉬 지음, 정미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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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원제인 Stay True는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을 것 같다. 대강 번역기에 넣어보면 진실을 지키다, 진실을 유지하다 등으로 번역되는데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Stay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뜻이 있었다. 고어인 경우에만 통하는 부분도 있고 특정한 맥락에서 선택되는 표현도 있겠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사전에 제시된 어떤 의미에 True를 연결시켜도 미묘하게 맥락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저자는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과 함께 머무르고 망각을 멈추려 애쓰고 다른 이들이 모두 앞으로 나아갈 때조차 가만히 있는다. 때론 진실에서 파생되는 슬픔을 억제하기도 하고 사건에서 파생되는 다른 해석을 막아낸다. 이 책은 압도하는 상실에 멍하니 과거를 곱씹는 것 밖에는 다른 방도를 찾지 못했던―아니 거부했던― 한 청년이 슬픔에 깊이 침잠했다 떠오르는 이야기다. 사실 떠오르는 순간의 비중은 극히 적고 그 정체된 시간, 고여있고 유예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True라는 단어도 처음 접했을 땐 ‘진실’이라는 명사가 즉각 떠올랐는데 이 외에도 정확한, 조금도 틀림없는, 참으로, 올바르게, 정확하게, 진리 등의 뜻이 있다. 이 역시 책의 내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정확한 기억만을 남기고자―실패할 것이 자명한― 홀로 분투하는 여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올바르게 사건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고자 애쓰는 모습 아니면 자신이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태―진실로 추모하는 사람의 태도라 믿었던―를 고집했던 이야기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많아 꽤나 고심하여 정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어판 제목을 『진실에 다가가기』라고 지은 것 또한 흥미로웠다. 번역자와 편집자의 판단을 모두 거친 정해진 제목일 텐데 어떤 의도에서 이런 제목을 택했을까? 번역자의 말이 실려있지 않아 의사 결정 과정은 알 수가 없다. 다만 Stay True 만큼 짧고 인상적이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번역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실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책에서 저자가 고민한 부분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자로 옮기기 어려운 감정 앞에서 무력해지는, 나에게 진실인 부분이 과연 모두의 진실일까 의심해 보는 부분도 떠올랐다.




  작가 후아 쉬는 미국으로 이주한 부모 아래 미국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대로 1977년 일리노이주 어배너 섐페인에서 태어났다. 현재 뉴욕의 예술대학인 바드 칼리지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진실에 다가가기』는 2022년 미국에서 출간된 회고록으로 202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회고록 부문, 23년 퓰리처상 전기·회고로 부문 최종 수상작이다.




  책은 저자 후아 쉬의 대학생 시절 짧은 우정을 나눴던 친구의 충격적인 죽음 이후 이어지는 오랜 회상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글로 적어 책으로 엮을 만큼 소중한 우정이라니 오래 사귄 친구일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부터 잘 통한다고 생각한 적 없는, 나와 너무 다르고, 달라서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던 친구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읽을수록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학 시절에 잠깐 사귄 친구에게 이 정도로 과몰입을 한다고?’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과몰입 지점 그러니까 사건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 나만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자의식 과잉, 자기 파괴적이면서 자아도취적이기까지 한 죄책감의 발현 등에서 숭고한 느낌보다는 소위 중2병 감성, 손발 오그라드는 느낌에 괴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그게 바로 나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건 내가 더 이상 이 감정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울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구나!’




  왜 나는 가슴 절절한 우정의 회고록을 읽으면서조차 냉소적인 태도를 놓지 못할까. 내겐 이렇게 솔직하고 간절하게 감정을 쏟아 본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내가 여전히 음악 취향으로 사람을 가려 사귀는 사람으로 머물러 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런 감정의 유효기간은 짧다. 아니 어쩌면 끝나지 않는다. 저자와 비슷한 나이대에 문학과 예술에 조금씩 발을 담가보고 동일한 정도는 아니어도 비슷한 감정의 진폭을 헤쳐온 내게 이 글은 감추고픈 흑역사를 들추는 기분마저 자아냈다.




  짧은 우정 뒤에도, 죽음 이후에도 우정은 이어질 수 있을까. 상호 호혜가 사라진 상태에서도 선물은 유효할까. 저자는 대학 생활을 끝내지 못한 친구를 위해 자신의 남은 대학 생활을 공유하기도 한다. 자기가 인상 깊게 읽은 책과 논문들, 직접 찾아가 들은 강의, 새롭게 듣기 시작한 음악들을 알려준다. 일방적으로 정보만 전하는 게 아니라 친구와 함께 읽기도 했던 책, 함께 쓴 시나리오, 기약 없는 약속과 담배를 태우며 나눴던 대화들과 연결하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부모님 얘기는 갑자기 왜 나오는 거지 의아하기도 했다. ‘이민 1세대는 생존을 고민하고 이민 2세대는 부모가 겪어 온 삶을 이야기한다.’ (p.35)라는 문장에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읽어나갈수록 이 정체성을 빼놓고서는 우정의 시작과 그가 겪은 불안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부인들은 생김새로 아시안 아메리칸을 같은 부류로 뭉뚱그리지만 부모 혹은 조부모의 이주와 정착 시기에 따라 아시안 아메리칸들 사이에도 미묘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출신 국가에 따른 문화적 차이, 부모와의 문화적 괴리가 여타 미국인들과는 다른 특질을 형성하도록 영향을 준다는 것. 그 배경을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론 내가 ‘그걸 굳이 왜 언급하지’라며 따질 주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 국가에서 나고 자라 내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나고 자라 그 나라말을 쓰면서도 완전히 동화될 수 없는,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감각을 이해할 수조차 없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의 일원이자 소수자인 입장에서 어쩌면 자신의 뿌리와 그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혼란을 정의하며 글을 써나가는 것은 ―나처럼 그 감각에 무지한 독자를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일견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전쟁으로 인해 미래가 창창한 젊은 친구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학자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도 이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과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과거의 메시지를 참고하려 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가 넌지시 암시하듯, 이 논문은 이렇게 전사한 동료들에게 우리가 진 빚이다. 논문에서 전 세계의 선물들을 잇달아 추적하며 역사적 사실로 과거를 깊이 있게 파헤쳐 가는 것은 지금 서 있는 현재의 가능성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진실에 다가가기』 (후아 쉬, RHK코리아, 2023) p.157



<사회학 연보> 특별판에 실린 모스의 <증여론>을 읽고 ‘일련의 불가능한 가능성을 꿰뚫어 보며 잃어버린 세계를 구하려 했다.’(p.157)는 해석을 이끌어 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몇몇 책들은 저자가 제시하는 해석 덕분에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도 그중 하나다.



진실한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침울하기보다 큰 기쁨을 주게 될 테고 기쁨에 굴복하는 게 내가 너를 버린다는 뜻은 아닐 거야. 단지 분노와 증오의 이야기가 아닌 사랑과 의무의 이야기가 되고, 꿈, 한때 미래를 기대했던 기억, 다시 꿈꾸고픈 갈망이 가득할 거야. 지루할지도 몰라. 네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테니까. 그 이야기는 역사가 아니라 시가 될 거야. 

『진실에 다가가기』 (후아 쉬, RHK코리아, 2023) p.278



  처음 읽고 나서 책장을 덮고는 뭐야 좀 시시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서평을 쓰기 위해 밑줄 친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서 이상하게 질문이 점점 늘어났다. 이를테면 역사의 편찬 행위와 자신의 강박적인 기록 행위를 겹쳐 보며 이것이 단 하나의 진실일 수 있는가 돌이켜보는 부분, 지나간 일화를 반복해서 떠올릴수록 점점 흐릿해지고 더 불분명해지는 기억의 불완전성 같은 것에서 대해 나도 덩달아 물음표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사람들은 슬픔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동시대의 역사적인 비극을 사람들은 저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왜 누구는 진실을 외면하려고만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 글 쓰는 행위가 결국 그를 데리고 가는 곳은 어디인지, 피해자들에게 좀 더 수월하게 감정을 언어로 받아쓸 수 있는 사람이 친구로, 가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서술된 슬픔과 문자로 옮겨지지 못하고 사라진 슬픔에 대해서도 나아가 이런 글을 읽으며 나는 희생자와 생존자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추천하고픈 사람


때이른 죽음과 갑작스러운 상실에 슬퍼하고 있는 사람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슬픔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불안과 기대로 뒤엉킨 20대를 지나고 있는 사람


이민 2세대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혼란을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


90년대 미국 대학생이 즐겨듣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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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라이프 -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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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었던 환자가 전한 임사체험 이야기에 받은 충격이 계기가 되어 임사체험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정신과 박사 브루스 그레이슨의 40년 연구의 결실이 책으로 나왔다. 『애프터 라이프』는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각 체험을 비교하고, 체험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두루 살펴보며 삶과 죽음, 정신과 뇌, 죽음 이후의 의식 등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세계에 대해 과학적인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임사체험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정신과 뇌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이고 제한된 이해를 뛰어넘어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과 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면서 육체가 죽은 후에도 의식은 계속 남아 있는지 탐구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애프터 라이프』 (브루스 그레이슨, 현대지성) p.29

사실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임사체험을 다룬 글에 별생각이 없었다. 냉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가 천국을 보았다, 신을 보았다는 식의 간증 목적으로 쓰인 글이 대부분일 것이라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종교도 없고 영적 체험에도 큰 관심이 없던 내가 굳이 찾아서 읽을 소재는 아니었던 셈이다. 관심이 없었으니 임사체험은 환각에 불과할 것이라 치부하기도 했다. 이런 독자가 수두룩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저자는 머리말에서 ‘우리가 가진 신념 때문에 미신에 대해 예단하지는 말자.’ (p.29)라고 말한다.


책을 읽기 전에 혹시 저자가 신실한 종교인이어서 본인의 믿음을 증명하듯이 서술하면 어쩌나 우려했다. 나처럼 의심 많은 독자를 위해 다음의 인용으로 저자의 의도를 미리 알린다. ‘나는 십계명을 전하는 모세가 아니다. 나는 객관적인 자료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생각하고 이것을 해석하는 방법을 전하는 과학자다. 어느 한쪽의 관점을 믿으라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두루 생각하도록 하는 게 이 책을 쓴 목적이다.’ (p.32)


책의 본문은 연구 방법론과 통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일반 대중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읽기 쉽도록 임사체험자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각각의 다양한 일화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 그에 얽힌 연구 내용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매 장의 마지막 문단 내용이 다음 장의 시작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다. 전체적으로 책의 짜임새가 좋다고 느꼈다.


‘어딘가 다른 곳’은 대개 우리가 사는 보통의 물질적인 환경과 달라 보이기 때문에 임사체험자들이 주로 ‘천국’이나 ‘영적인 세계’라고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그런 이름이 반드시 물질적으로 다른 장소라는 뜻은 아니다.

『애프터 라이프』 (브루스 그레이슨, 현대지성) p.244~245

임사체험자들이 신성한 존재들을 어떻게 알아보거나 이름 붙이느냐가 아니라 그 존재 앞에서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름을 붙였는지, 놀랐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그들은 평화롭고, 평안하고, 고요하고, 편안하고, 감사하고, 무엇보다 사랑받는 느낌이었다고 다 함께 이야기한다.

『애프터 라이프』 (브루스 그레이슨, 현대지성) p.261

저자가 회의주의자라고 밝힌 만큼 다양한 임사체험자들의 증언들을 인용하면서도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게 객관적으로 의견을 정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천국과 지옥은 있을까? 신은 계실까? 같은 어그로성 제목을 단 장에서도 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하며 결론만 말하라며 조급하게 쫓아오는 독자를 차분히 앉히고 숙고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사실 생각보다 임사체험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뇌와 정신, 의식에 관한 부분에서는 그나마 최근까지 널리 인정되는 가설이 언급될 뿐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하지만 실망은 하지 않는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언제나 진행 중인 작업’(p.152)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어떤 증거는 탐구할 가치가 있고, 어떤 건 무시할 수 있는지를 골라서 선택할 수 없다. 우리가 회의주의자라고 자처한다면 자료를 보지도 않고 우리 세계관과 맞지 않은 경험은 거부하고, 우리 견해와 맞는 경험은 받아들이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애프터 라이프』 (브루스 그레이슨, 현대지성) p.26

나는 특히 저자가 과학이란 무엇인지 정의한 문장을 인용하고 자신이 믿는 과학적 태도를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임사체험이라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미신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는 오해도 많았을 것이다. 지극히 과학적으로 연구를 이어나갔음을 강조하는 게 처음엔 방어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몇 번 그런 문장을 마주한 후 이건 저자의 해명이 아니라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당신도 혹시 막연히 편견을 갖고 배척하고 있는 것이 없느냐고.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임사체험은 궁극적으로 죽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변화와 쇄신에 관한 것이며, 지금 우리 삶에 목적을 불어넣는 일이다’ (p.344)라고 말한다. 뒤로 갈수록 뭔가 자기계발서류의 메시지인 목적 있는 삶으로 마무리되어가는데서 김빠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나는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도대체 나는 왜 읽는가? 책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고 그것으로 내 삶에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따위의 질문들. 아 이것도 결국 목적 있는 삶과 연결되는 질문인가?


주변에 임사체험을 한 사람을 알고 있거나 혹은 임사체험을 했으나 주변에서 믿지 않아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람, 사후 세계를 믿거나 믿지 않는 사람, 최근 뇌과학 책을 섭렵하고 있는 사람, 정신은 뇌의 산물이라고 믿는 사람, 간증 형태의 수기가 아닌 임사체험에 대한 글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 편견으로 둘러싸인 분야를 오랜 기간 묵묵히 연구하고 개척해 온 의사의 연구 철학을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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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 나르시시스트를 떠나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 솔루션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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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는 임상 심리 전문가이자 미국 정신건강협회공인 상담사로 20여 년 동안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등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왔다. 내담자 중 가스라이팅 피해 사례를 모아 기고한 칼럼을 모은 2018년에 출간한 『가스라이팅』이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국어로는 2021년 국내에 소개되었다. 후속작인 이 책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는 2022년 출간 후 한국어판으로는 올해 11월 현대지성을 통해 출간되었다.


 


  전작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의 어원부터 시작해 가스라이터의 실체, 그들의 행동 패턴 등 온갖 형태의 가스라이팅 사례를 탐구하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작업은 여전히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분노와 배신감에 자책하며 치유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데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Healing from Toxic Relationships이라는 원제만 봐도 이 책의 명확한 방향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유해한 관계를 폭넓은 시각으로 고찰한 후 학대 경험에서 회복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각 장을 모두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있지만 반드시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목차를 살피고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OO 하자’ 식의 제목을 붙여 주요 실천 과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제시한다. 이 중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여실히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유해한 공동 양육자와 거리를 두면서 양육을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었다. 공동양육을 중재할 수 있는 앱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변호사나 중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한국보다 더 다양한 느낌이었다. 양육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부모 가정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이런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이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유무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보통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고립되도록 몰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잃지 않는 것부터 참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으니 좌절할 필요는 없다.


 


  기존 관계를 회복하거나 마무리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잘잘못을 가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 고통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감하게 단절을 선택하고 굳이 마무리하려 들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그런 상태로 두어도 괜찮다고 지쳐있을 피해자를 다독인다. 



  자신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선을 정하고 자기 돌봄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과제는 바로 스스로 기록하기이다. 저자는 치유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스스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각 장마다 ‘스스로 기록해 보기’가 실려 있어 현재 감정과 상태를 파악하는 데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질문을 제시한다.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사회생활 복귀와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봉사활동을 추천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대가 없이 타인을 돕는 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그로 인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봉사활동을 회복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새로웠다.


 



 


<추천하고픈 독자>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패턴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싶은 사람


가스라이팅 피해 사실은 자각했지만 주변에 묻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사람 (지인과 단절되고 홀로 고립된 경우 등)


가스라이팅 가해자로부터 탈출했지만 사회에 복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을 돕고 싶은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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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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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때는 대체 어떻게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걸까? 왜 꿈은 상상보다 10배는 생생하고 현실처럼 느껴질까? 꿈꾸는 뇌는 깨어 있을 때만큼 현실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20쪽)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2023, 추수밭)



이 책의 두 저자―안토니오 자드라, 로버트 스틱골드―는 몬트리올대학교, 하버드의과대학 교수이자 각각 수면의학고등연구센터 연구원, 수면인지센터 총괄 책임자이기도 한 수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책에서 꿈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살피고 꿈의 기능을 둘러싼 논쟁, 잠들어 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전형적인 꿈들과 악몽, 자각몽, 예지몽 등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뇌과학을 다룬 책들에선 주로 잠자는 동안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우리가 잠을 자게 진화해 온 이유 등 잠과 기억, 잠과 건강 등 잠의 필요를 중요하게 다루는 데 이 책은 잠 그 자체의 역할보다는 을 주제로 삼는 점에서 다른 뇌과학 책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읽어나갈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에 흥미진진했다.

특히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두 저자가 꿈 기능의 새로운 모델로 제안하는 넥스트업(NEXTUP,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 ‘가능성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 탐색’)이다. 8장에서 이 모델을 정의하는 특징을 설명한 후 이어지는 다른 장들에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서 그 결과와 넥스트업과의 연관성을 계속 강조한다. 8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이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모델을 소개하고 설득하고자 쓰인 것이나 다름없다.



넥스트업 모델에서 보는 꿈은 기존의 기억에서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약한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해 새로운 지식을 추출하는 독특한 수면 의존적 기억 처리 과정이다. (146쪽)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2023, 추수밭)



위의 정의에서 ‘약한 연관성’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잠에 들어 몸이 쉬는 동안(새로운 외부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 상태) 잠옷을 입은 뇌가 불 꺼진 방 안에서 낮에 모은 여러 기억의 조각들 중 별로 연관이 없어 보였던 조각들을 꺼내와 이리저리 맞춰보는 모습이 연상됐다. 꿈이 종종 그토록 기괴한 이유를 알려주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등장 이전의 꿈 탐험가들, 19세기 선구자들의 발견을 다룬 후 서문에서 언급한 ‘약간은 생소한 방식’으로 프로이트의 오만을 꼬집고 그가 왜 과대평가 되었는지 낱낱이 파헤친 부분이 통쾌했다. 프로이트가 뛰어난 셀프 마케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점은 본받을(?) 부분이지만 이제는 그에게 쏠려있는 스포트라이트의 조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PTSD 환자들의 악몽을 치료하는 비약물적인 방법인 ‘이미지 리허설 치료 IRT, Imagery Rehearsal Theraphy’는 꿈은 완벽하지 않고 새롭게 덧씌우거나 내용을 편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린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 (2022, 웅진지식하우스)을 연상시켰다.



리뷰를 마무리하며 사소한 궁금증 하나. 내가 그간 읽은 뇌과학과 뇌 건강을 다룬 책에서는 DMN, Default Mode Network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역자는 ‘내정상태회로’라는 다소 생소한 표기를 선택했다. 이 말이 공식 명칭인지 아니면 역자가 새롭게 제안하는 말인지, 굳이 널리 쓰고 있는 표현 대신 왜 이 말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추천하고픈 독자

꿈에서 영감을 찾는 창작자

꿈 때문에 자주 잠을 설치는 사람

스마트폰을 보느라 너무 늦게 잠드는 사람

프로이트가 싫은 사람

자각몽자가 되는 법이 궁금한 사람

뇌과학 신간이라면 꼭 읽어보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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