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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네이버 이북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Committed: On Meaning and Madwomen이다.
원제 자체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어 한국어판 제목을 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어쩐지  『의미들』이라는 제목은 조금 아쉽다. 원제가 주는 단서를 의도적으로 감춘 느낌이랄까. 특히 이 책이 여성의 고통을 집중하여 다루고 있음에도 (저자 본인, 저자가 깊이 영향받은 여성 작가들 포함) 한국어판 제목만 봐선 주제를 직관적으로 포착하기 쉽지 않다.
물론 검색만 하면 손쉽게 책 소개를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 다소 모호한 제목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제목은 정말이지 중요하다고 외쳐본다. (내가 제목 짓기에 취약해서 더욱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책 표지만 보고 책을 고르지 말라는 격언도 있지만, 제목과 표지가 주는 첫인상은 절대 가볍지 않다. 특히나 한국어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일수록 어떻게 독자에게 눈도장을 찍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시작부터 아쉬운 소리부터 나열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 책이 전하는 바를 오롯이 수신해야 할 여성들이 이 책이 바로 당신이 찾던 그 책임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선 탓이다. 저자가 용기를 내 드러낸 만큼 전달했어야 한다. 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상실의 아픔을 겪으셨나요? 어디서도 위안 받지 못하고 있어 방황하고 있나요? 젊고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고 그래서 게걸스럽게 읽거나 울어야 할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 여성에게 이 책이 그 책입니다 했어야 한다. 아련 몽롱한 방식이 아니라.
무언가 흐릿한 인상을 주는 제목과 달리 표지는 반대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날개 안쪽에 표지 그림 정보가 실려있는데 어떻게 전체에서 이 부분만을 따서 표지로 삼았나 싶을 정도로 과감한 선택이다. 책장을 펼치면 반사되는 빛에 미간이 찌푸려질 듯 강한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 그 옆에 소파, 해가 자취를 감춘 후 효용을 발휘할 스탠드, 떠날 것인지 떠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두 개의 여행 가방. 그리고 제목은 『의미들』이다.

고통 속에서 길을 잃은 저자가 정신 병동에서 보낸 시간과 관계에서, 앞서 경험하고 증언을 남긴 여성들에게서, 독서에서, 글쓰기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관계와 맥락 속에서, 공간과 수행 속에서, 집요한 탐구와 타협하지 않는 태도에서 삶이 어떻게 재현되고 왜곡되는지 알 수 있다. 비교적 신체 건강했고 걱정이 없을 때 읽고는 난해하다고 여겼던 책들을 다시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죽음과 광기를 다룬 텍스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추천하고픈 독자
독서계를 운영하고 있는 젊은 여성
엄청나게 많은 책을 집어삼키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 젊은 여성
아팠거나 여전히 아프다고 생각하며 회복을 긍정하지 않는 사람
죽음이라는 주제를 공유하는 서양 문학작품 목록을 찾고 있는 사람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읽어봤거나 읽어볼 예정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