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 뇌가 설계하고 기억이 써내려가는 꿈의 과학
안토니오 자드라.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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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때는 대체 어떻게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걸까? 왜 꿈은 상상보다 10배는 생생하고 현실처럼 느껴질까? 꿈꾸는 뇌는 깨어 있을 때만큼 현실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20쪽)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2023, 추수밭)



이 책의 두 저자―안토니오 자드라, 로버트 스틱골드―는 몬트리올대학교, 하버드의과대학 교수이자 각각 수면의학고등연구센터 연구원, 수면인지센터 총괄 책임자이기도 한 수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책에서 꿈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살피고 꿈의 기능을 둘러싼 논쟁, 잠들어 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전형적인 꿈들과 악몽, 자각몽, 예지몽 등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뇌과학을 다룬 책들에선 주로 잠자는 동안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우리가 잠을 자게 진화해 온 이유 등 잠과 기억, 잠과 건강 등 잠의 필요를 중요하게 다루는 데 이 책은 잠 그 자체의 역할보다는 을 주제로 삼는 점에서 다른 뇌과학 책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읽어나갈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에 흥미진진했다.

특히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두 저자가 꿈 기능의 새로운 모델로 제안하는 넥스트업(NEXTUP, 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 ‘가능성 이해를 위한 네트워크 탐색’)이다. 8장에서 이 모델을 정의하는 특징을 설명한 후 이어지는 다른 장들에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서 그 결과와 넥스트업과의 연관성을 계속 강조한다. 8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이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새로운 모델을 소개하고 설득하고자 쓰인 것이나 다름없다.



넥스트업 모델에서 보는 꿈은 기존의 기억에서 이전에는 탐색하지 않았던 약한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해 새로운 지식을 추출하는 독특한 수면 의존적 기억 처리 과정이다. (146쪽)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2023, 추수밭)



위의 정의에서 ‘약한 연관성’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잠에 들어 몸이 쉬는 동안(새로운 외부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 상태) 잠옷을 입은 뇌가 불 꺼진 방 안에서 낮에 모은 여러 기억의 조각들 중 별로 연관이 없어 보였던 조각들을 꺼내와 이리저리 맞춰보는 모습이 연상됐다. 꿈이 종종 그토록 기괴한 이유를 알려주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프로이트 등장 이전의 꿈 탐험가들, 19세기 선구자들의 발견을 다룬 후 서문에서 언급한 ‘약간은 생소한 방식’으로 프로이트의 오만을 꼬집고 그가 왜 과대평가 되었는지 낱낱이 파헤친 부분이 통쾌했다. 프로이트가 뛰어난 셀프 마케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점은 본받을(?) 부분이지만 이제는 그에게 쏠려있는 스포트라이트의 조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PTSD 환자들의 악몽을 치료하는 비약물적인 방법인 ‘이미지 리허설 치료 IRT, Imagery Rehearsal Theraphy’는 꿈은 완벽하지 않고 새롭게 덧씌우거나 내용을 편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린 리사 제노바의 『기억의 뇌과학』 (2022, 웅진지식하우스)을 연상시켰다.



리뷰를 마무리하며 사소한 궁금증 하나. 내가 그간 읽은 뇌과학과 뇌 건강을 다룬 책에서는 DMN, Default Mode Network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로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역자는 ‘내정상태회로’라는 다소 생소한 표기를 선택했다. 이 말이 공식 명칭인지 아니면 역자가 새롭게 제안하는 말인지, 굳이 널리 쓰고 있는 표현 대신 왜 이 말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추천하고픈 독자

꿈에서 영감을 찾는 창작자

꿈 때문에 자주 잠을 설치는 사람

스마트폰을 보느라 너무 늦게 잠드는 사람

프로이트가 싫은 사람

자각몽자가 되는 법이 궁금한 사람

뇌과학 신간이라면 꼭 읽어보는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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