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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 나르시시스트를 떠나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 솔루션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평점 :

지은이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는 임상 심리 전문가이자 미국 정신건강협회공인 상담사로 20여 년 동안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등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왔다. 내담자 중 가스라이팅 피해 사례를 모아 기고한 칼럼을 모은 2018년에 출간한 『가스라이팅』이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한국어로는 2021년 국내에 소개되었다. 후속작인 이 책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는 2022년 출간 후 한국어판으로는 올해 11월 현대지성을 통해 출간되었다.
전작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의 어원부터 시작해 가스라이터의 실체, 그들의 행동 패턴 등 온갖 형태의 가스라이팅 사례를 탐구하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작업은 여전히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분노와 배신감에 자책하며 치유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데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Healing from Toxic Relationships이라는 원제만 봐도 이 책의 명확한 방향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유해한 관계를 폭넓은 시각으로 고찰한 후 학대 경험에서 회복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각 장을 모두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있지만 반드시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목차를 살피고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부분을 먼저 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OO 하자’ 식의 제목을 붙여 주요 실천 과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제시한다. 이 중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여실히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유해한 공동 양육자와 거리를 두면서 양육을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었다. 공동양육을 중재할 수 있는 앱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변호사나 중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한국보다 더 다양한 느낌이었다. 양육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부모 가정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이런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 것 같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이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유무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보통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고립되도록 몰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잃지 않는 것부터 참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으니 좌절할 필요는 없다.
기존 관계를 회복하거나 마무리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잘잘못을 가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것에 집착하는 것이 고통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감하게 단절을 선택하고 굳이 마무리하려 들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그런 상태로 두어도 괜찮다고 지쳐있을 피해자를 다독인다.
자신을 너그러이 용서하고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선을 정하고 자기 돌봄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과제는 바로 스스로 기록하기이다. 저자는 치유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스스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각 장마다 ‘스스로 기록해 보기’가 실려 있어 현재 감정과 상태를 파악하는 데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질문을 제시한다.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사회생활 복귀와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봉사활동을 추천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대가 없이 타인을 돕는 활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그로 인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봉사활동을 회복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새로웠다.
<추천하고픈 독자>
가스라이팅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패턴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싶은 사람
가스라이팅 피해 사실은 자각했지만 주변에 묻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사람 (지인과 단절되고 홀로 고립된 경우 등)
가스라이팅 가해자로부터 탈출했지만 사회에 복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사람을 돕고 싶은 사람
* 이 서평은 네이버 이북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