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늦은 밤, 하얀 달이 물위에 뜨면, 그 달은 결코 닿을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것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알겠어? 내게는 처음부터 태양 같은 건 없었어. 그러니까 잃을 공포도 없지."유키호는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유키호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으로 본 유키호의 모습만이 나올 뿐이다. 그녀는 때로는 현모양처타입으로,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녀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가 행간에서 읽는 그녀의 모습은 무엇일까. 드라마를 보고 읽은 책이라 더욱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연출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자가 해석한 유키호, 료, 사사가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드라마 초반을 보고나서 소설의 전편을 읽어냈다. 역시 책에서도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인물이다.

이 책에는 드라마와 달리 범죄 현장과 모의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 범인은 명백하다.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독자는 결코 그 범죄현장을 볼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다. 20여년을 집요하게 사건을 쫓는 형사와 같이 굳은 심증만가지고 범인으로 지목되는 자를 심판대에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소재가 되는, 범죄의 소재가 되는 것들은 새로 막 도입된 은행 직불카드, 신조어로 이제 막 생긴 해커, 저작권에 경종을 울리는 컴퓨터 프로그램 불법 복제 등은 지금 읽으면 이게 언제쩍 이야기냐 싶을 정도로 옛날( 그리 옛날은 아니지만,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현재에 비춘다면, 정말 옛날)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옛날 이야기 읽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건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복선들은 적나라하지만, 책은 술술 넘어간다.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좋지만, 그리고 그 상상의 여지는 사람에 따라 무한하겠지만,
외견은 무척 건조하다. (라고 하니 생각나는게 있네.차마 쓸 수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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