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의 랑데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54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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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 울리치는 에드 맥베인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테리 작가이다. 미스테리 소재를 취하고는 있지만 미스테리 소설로만 보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들과 살아있는 도시 속의 무심함 혹은 그 안의 들끓는 온갖 감정들을 잘 버무려 생생하게 그려내는 묘사력은 읽어도 읽어도 계속 감탄하게 된다.

코넬 울리치의 소설은 워낙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이 '환상의 여인' 과 '상복의 랑데부'와 '죽은자와의 결혼' 정도이다. 그 외에는 아동용으로 나온 소설에서 접하는 수밖에 없다. 아동용 추리소설에 워낙 불신이 큰 나이지만, 코넬 울리치 혹은 윌리엄 아이리쉬라는 이름으로 내는 소설들은 단 한번도, 그것이 아동용이라도 나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추리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가 올린 이 책의 리뷰에 답글들이 줄줄이 달렸었고, 나는 일부러 스포일러도 있다는 글들을 안 보고, 이 독특한 제목의 책을 궁금해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 뒤 윌리엄 아이리쉬를 알게 되었고, 환상의 여인이 3대추리소설에 들어가는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읽기 전에 뒤쪽의 내용들을 보며 읽을 책을 고르는 편인데,이 책 워낙 오랜동안 벼루고 벼렀던 책이라 뒷표지로 눈 돌릴 틈 없이 흡입력 있는 첫 문장의 '첫번째 랑데부' 서부터 다섯번째 랑데부까지, 그리고 '재회' 까지 단숨에 읽어내어 버렸다.  책 읽는 중간 즈음에 읽은 뒤표지의 간단내용은 정말 깼다. 감히 스포일러 수준이라고 말하겠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 사실은 이 책을 다 읽고 역자의 말을 보고서야 알았는데;;) 제목이 상복의 랑데부라고 해서 상복이가 누구 만나나보다 했다. 처음 추리소설 읽기 시작했을 때 비슷한 시점에 본 방각환 살인사건이랑 헷갈려서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넬 울리치란걸 알게 되었지만, 그러고 나서도 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그 순간까지 '상복'이가 주인공인줄 알았던 것이다.

원제는 rendezvous in black 으로 번역이 엄한것도 아닌데, 주변에 상복이란 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착각하고 잇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다 읽고 나서도 '미스테리 소설' 한 편 읽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혹자는 애잔한 러브스토리를 읽은 것 같다고도 하고, 혹자는 그런 미스테리 스럽지 않은 점 때문에 처음 읽을 때는 실망했다고도 한다.

첫번째 랑데부에서부터 다섯번째 랑데부까지의 각각의 사건은 연결되 있는듯 그렇지 않은듯 각기 다른 살인 사건들이 벌어진다. 공통점이 있다면 여자가 있고 남자가 있고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의 '재회'라는 챕터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이 소설의 결말을 싱겁고 허무하게만 남겨두지 않는 마지막 장치이다.

그러고 보면 코넬 울리치는 생생한 주변 묘사외에도 상황에 대해 관객을 몰두케 하는 대단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므로 이와 같은 단편소설적인 구성에 더 잘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뭐 일단은 코넬 울리치의 작품은 뭐라도, 심지어 아동용이라도 다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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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5-03-1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가 출간될 수 있도록 같이 기합이나 한 번 모을까요? 으랏차차!

하이드 2005-03-1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만 준다면야!! 기합이 아니라 기염이라도!! 어흐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