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이토스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한다.'라고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너무 고르다가 가장 나쁜 것을 갖는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들어설수록 더욱 힘든 일이 되고 있다. 앙드레 지드는 "선택한다는 것은 영원히 언제까지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이었으며, 그 '다른 것들'이 어떠한 하나의 것보다 좋아보였다."라고 했다. 이는 거꾸로 "선정한다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 선택하지 않는 것을 물리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선택의 다양성'은 지연효과를 가져온다.

슈퍼마켓 잼 실험 : 슈퍼마켓에 6종류의 잼을 진열해 놓았을 때, 다른 쪽에는 24종류의 잼을 진열해 두었을 때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곳으로 사람이 몰리게 된다.40퍼센트가 6종류의 잼 코너를 방문했고 60퍼센트가 24종류의 잼 코너를 방문했다. 그러나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6종류의 잼 코너에서는 30퍼센트였고, 24종류의 잼 코너에서는 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베리 슈워츠는 이를 '선택의 패러독스 The Paradox of Choice' 라고 한다. '선택사항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선택사항이 많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는 뜻. 후회할까봐 염려되어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책임을 분산하거나 대신 책임을 져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는 전문 매장일 수도 있고 얼리어답터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전문 블로거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적어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으잌;;)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을 때는 자신에게 닥친 불확실성은 물론 책임도 전가하지 못한다.  

어떤 물건을 사면 다른 물건을 살 수 없다. 이것은 후회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작가 앙드레 브레송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후회가 남을 가능성도 두 가지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효용보다는 후회의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뒤늦은 후회와 자책감이 사람들을 계속 괴롭히기 때문이다. 

                                                                         ***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선택을 미루게 된다는 이야기와 좋은 것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는 와닿는다. 그러나 그 모든 소비심리의 클리쉐를 뛰어넘어 책을 사고 또 사는 나는 뭐하는 쌈바의 여인인가. 쩝.

기대보다 꽤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은 소비심리에 대한 책이다. 한국 저자라 한국의 사례들도 간간히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저자인걸 잊고 읽다가, 한국 사례에 반가워하다가 아, 한국 저자였지. 하는 식 ^^;

위의 '선택'에 관한 챕터의 제목은 '여자 아나운서와 여교사 중에는 왜 골드미스가 많을까' 이다. 마지막 두 장정도를 이 여자 아나운서와 여교사 이야기와 선택의 패러독스를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드는 사례들은 고개 끄덕이게 하지만, 가끔 이렇게 좀 뜬금없는 예가 나오는게 NG라면 NG. 이거랑 '배우자를 찾으려면 나이트에 가라' 에서는 부킹과 전담 웨이터문화를 예로 들고 있는데, 그 또한 꽤 뜬금없었음. 그런 몇 가지를 패스하면, 여러가지 정보와 사례들을 그럭저럭 잘 모아 두어 재미나게 읽힌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준우 2010-04-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발견한 주옥같은 블로그네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하이드 2010-04-2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변방의 블로그인데, 찾아주셨네요.

하이드 2010-04-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흐흐. 여자의 결혼에 대해서 엄청난 시각차를 가지고 있는 남자 어른분들을 종종 봅니다. 물론 그분들에겐 저의 결혼관이 좁힐 수 없는 갭이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