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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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인의 말에 의하면... 계부인 밀리건 씨로부터 항문성교를 포함한 가학적인 성적 학대를 당했다. 환자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환자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 경, 1년여에 걸쳐 주로 계부와 단둘이 농장에 있을 때 이런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환자는 항상 계부에게서 '마구간에 묻어버리고 엄마에겐 도망갔다고 하겠다'는 협박을 받아서 살해당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하고 있다." .....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감정과 영혼이 스물네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버렸다. -242쪽-    

1977년 빌리 밀리건은 네건의 성폭행 및 강도 용의자로 체포된다. 관선 변호인이 정해지고, 그들은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빌리에게 정신감정을 받게 한다. 정신감정을 받던 중 빌리 안의 어린이 대니 캐릭터는 겁에 질려 빌리 안에 살고 있는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 말하고 숨어 버린다. 그것을 계기로 해서 변호사들과 의사는 빌리 안의 '다중인격'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빌리의 과거와 빌리 안에 살고 있는 다른 인격들과 대화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스물 네개의 인격이 있다고 알려져있고, 빌리의 인격은 열여섯살 이후 다른 인격인 영국식 억양을 쓰는 논리적이며 지적인 아서와 보호자역이며 유일하게 폭력행사가 가능한 래이건에 의해 재워진다. 이들은 빌리 외에도 빌리와 그 몸을 쓰는 다른 모든 사람들(인격들)이 피해받지 않고, 살아나가게 하기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인격들을 불량자로 분류하고 잠재워 놓는다.  

픽션 같은 논픽션을 읽을때면, 이것이 분명 실화라는 것을 알고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어느 정도 극화된 것임을 감안하고, 각 인격이 바뀌는 모습을 실제로 보지는 못하고, 다중인격에 회의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중인격을 확신했다는 이야기는 주관적이라고 우길 수 있을지 몰라도, 꾸밀 수 없는 팩트들이 제시는 빌리 밀리건의 '다중인격'을 의심하기 힘들게 한다. 

이와 같은 다중인격, 해리성 인격장애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학대로 인해 생긴다고 알려져있다. 빌리는 어릴적 계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그것은 구타에서 언어폭력, 직접적인 성폭력에까지 이른다. 자신을 엄마와 동일시 했던 빌리는 계부에 의해 어머니가 당하는 폭력에까지 제가 당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이로 인한 방어기제로 또다른 인격을 창조해냈고, 그것은 각각의 역할을 지니며 스물네 개의 또 다른 사람들/인격들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그들 인격은 아서에 의해 조정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와 아서가 콘트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란기를 가지고, 빌리 밀리건은 그로 인해 정신병원과 구치소를 들락날락거리게 된다.

누구나 어느 정도 자신 안에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병으로 치료되어야 하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은 '기억상실'의 여부라고 한다. 다른 인격이 나왔을때의 일을 주인격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여러 부인격이 서로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정신병으로 치료받아야 할 일이다. 이와 같은 '기억상실'은 빌리의 정신상태에 더욱 악순환만을 가져다 주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둘러대다 보니, 주변에서는 교활하다거나 거짓말장이로 낙인찍히게 된다. 그것은 나중에 그가 다중인격임을 진단받기 전까지, 그의 인생을 충분히 힘들게 했을 것이다.

빌리의 인생이 쉽지 않았을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빌리 밀리건의 다중인격들을 발현 시킨 것은 정신이 견뎌낼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강력한 방어기제일 것이다. 각각의 인격이 지닌 특출한 능력들- 아서의 지적 능력, 스와힐리어와 아랍어를 유창하게 하고, 생물학과 의학에 뛰어난 소견을 보이며 무섭게 논리적이다. 래이건의 신체적 능력- 각종 무기에 해박하고, 다루는 것에 능수능란하며, 초인적인 힘을 지녔고, 싸움을 잘한다. 인간의 신체적 구조를 연구하여 사람을 팬다. 유고슬라비아 억양을 사용하고, 슬라브어를 한다. 타미의 탈출, 전기에 대한 재능 등- 은 그들이 치료를 받으며 빌리라는 한 사람으로 합쳐질 때 그 능력들은 빛이 바래게 된다. 필요에 의해 극단까지 개발된 능력들이 하나의 인격에서는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능력이 정신분열/다중인격과 함께 발달되고 쇠퇴되는 의미 또한 연구대상일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인격의 통합이라기보다, 각각의 인격들이 포기하고 잠들어 버린듯한 양상이다. 빌리의 경우에는 '병'으로 진단 받았지만, 다중인격 그 자체가 나쁘지 않음을 생각할때, 치료 후의 그의 인생이 더 궁금해진다.

'통합된' 인격이 다중적 인격보다 반드시 더 나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다중성은 적응하려는 반응이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처하려고 뇌가 만들어낸 똑똑한 방법이다. 오늘날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문화적 변화와 모순적 상황을 견뎌야 하므로, 다중적 '풍경'을 발달시킨 사람은 항상 하나의 얼굴로만 세상을 대하는 사람보다 유리한 셈이다.그러나 다중성이 지나칠 때도 있다. 인격드링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더는 소통하지 않는다면(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다중성 인격장애 해리성 정체장애이다). 우리는 정상적인 세상에서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최소한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리타 카터 <다중인격의 심리학> 中 -

작품의 말미에 나오는 작가 이야기, 옮긴이 후기, 출판사의 덧붙임에 의하면,  '1982년 애슨스 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된 밀리건은 1991년 법원과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정신장애를 겪지 않는다고 인정받아 마침내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 캘리포니아로 이사한 밀리건은 영화제작사를 운영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다중인격장애(해리성정체장애)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고 한다.

빌리 밀리건에 대한 영화 제작은 2008년에서 다시 2010년으로 미루어졌으며, 감독은 아직까지는 그대로 조엘 슈마허이다.
빌리 밀리건 자신은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할지, 연기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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