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3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학원물은 이제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단숨에 읽어치웠다.

신주쿠 구에는 유명한 인문계 고등학교들이 모여있다. 그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삼류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꼴통들이 모여 '더 좀비스' 를 이루고 있다. 생물선생인 닥터몰로가 더 좀비스의 엄마와 같다. 좋은 유전자들끼리 짝짓게 내버려두지 말고, 좋은 유전자들과 나쁜 유전자들의 결합을 시도하라고. 그렇게 사회를 바꾸라고. 헤헤헤

그 말에 힘입어, 그들은 근처에 있는 성화여고를 공략하기로 한다.

마흔명 정도의 더 좀비스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하고 속도감있다.
내가 웃어도 웃는게 아니야. 하면서 낄낄대며 읽고 있다.  

제대로 학원물이다. 예를들면, 등장인물 중 가장 인상깊은 이중 하나인 4개국 DNA를 지닌 상담역의 아기는 이런 캐릭터.

입학 직후 아기는 우리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장래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무기가 필요하다. 그게 무엇인지 알겠는가?"
무슨 소린지 몰라 멍하니 있는 우리를 상관하지 않고 아기는 히죽 웃으면서 스스로 대답했다.
"머니와 페니스지."
그 발언 이후 아기는 우리 학교에서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일본 드라마나 책에 종종 등장하는 막가는 캐릭터의 남자애들한테 로망이 있다.
아무데나 다 가져다 붙이는 것 같은 '로망'이지만, 키사라기즈의 또라이들 같이,  겁대가리 상실한채
세상을 향해 댐비는 그 날것에 대한 로망말이다.

매년 성화여고의 축제에  침투하는 것이 가는 것은 더 좀비스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다.
첫해에는 주문작전. 근처의 모든 배달음식점에 성화여고로 배달을 시키고, 구급차까지 불러 혼란한 틈을 타서
교문을 넘는다. 둘째해에는 성화여고에서도 대비를 했고, 이때 더 좀비스는 '아무렴 어때, 아무렴 어때' 외치고 춤추며 교문을 돌파한다. 마지막해에는 성화여고의 여고생들도 기대하고, 더 좀비스도 있는힘껏 머리를 짜낸다.
그렇게 해서 감동. 벅참. 헤헤헤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을 막 읽고 났는데, 가볍게 집은 책에 재일한국인 순신이 나온다.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당장 죽을수도 있어. 라고 말하는 불량학생.무엇이 되더라도 최고가 되겠다는 싸움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재일한국인이다.

학원물답게 사고도 있고, 웃기는 짬뽕같은 등장인물들도 있고(왜 학교다닐때 그런 애 하나쯤은 꼭 있었을법한, 여기서는 야마시타.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는(미안하지만) 야마시타),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고, 친구와 죽고 못사는 의리도 있다.  

천장에 매달린 주간지 광고의 커다란 글자가 입체적으로 눈에 날아들었다. 어떤 기사의 표제는 모든 주부가 남편이 없을 때면 바람을 피운다고 단정 짓고, 또 어떤 기사의 표제는 모든 여고생이 약물 중독과 음란 행위에 노출되어 있다고 단정 짓고, 또 어떤 기사의 표제는 모든 재일 외국인은 범죄자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가령 내가 장차 회사원이 되어 이런 광고가 주르륵 매달려 있는 전철을 몇 년이고 몇 년이고 계속 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나중에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버릇이 생겼고, 그 탓에 만사에 금장 실망하고 그 탓에 만사를 금방 포기하고 그 탓에 늘 불평만 해대는 별 볼일 없는 인간이 돼 있을 것인가? 아아 싫다.

모든 것이 용인되는 것은 그들이 젊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에 부딪쳐 나가라!고 손 꼭 쥐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지만.. 만만하지 않다.
물론, 만만하지 않으니깐, 더 부딪혀서, 깨지고, 그렇게 재미없는 결말인거겠지.

즐겁다.
내 인생에 한번쯤 나도 더 좀비스처럼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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