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경식이 읽었던 책들에 관한 <소년의 눈물>과 모딜리아니가 그린 쑤틴의 얼굴이 표지에 있는 미술 이야기인 <서양미술순례>를 읽었다. '눈물', '순례'에 이은 '디아스포라 기행'이다. 디아스포라, 이산이라는 말이 처음 생각했던것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가볍게 다가온 것은 아니다. 소속을 잃은자들. 아니, 소속에서 내쫓긴 자들이라고 해야할까. 그 소속이 여느 집단이 아니라, 국가라면. 국가라는 말이 포함한 그 모든 것, 언어, 민족, 문화, 국민, 등이라면.

책을 읽을때 항상 그 저자에 대해 생각하고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저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모든 디아스포라들의 글이 이럴까. 는건 우문일지도 모른다. 프리모 레비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연약한 각오로 읽기 시작한 글은 '죽음'으로 시작해서 '고문', '폭력', '추방', '따돌림' 등을 가장 우울한 어조로 말한다.

음악가들, 작가들, 화가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 유대인 화가였고, 진중권의 책에서 처음 알게된 펠릭스 누스바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가 이야기하는 디아스포라로서의 펠릭스 누스바움은 정말 갈 곳이 없어 보인다.

갑갑한건, 당장, 아니 가까운 미래에라도 변할까?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변하지 않는 그들의 몸과 마음을 구속하는 시선이다. 나는 평탄한 삶을 살아왔고,(앞으로도 그러길 바라고) 그렇기에 그들의 상실감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나'는 '나'에 속하고,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속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더 나아가서, 내가 속한 이 곳이 지긋지긋할때가 대부분이라고 한다면, 내가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갭이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든간에, 아무튼지간에
서경식의 책은 슬프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물들, 그림들, 이야기들, 어쩌면 그렇게 다들 슬픈지. 
그것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무뎌지지 않는 그런 종류의 슬픔이다.  
그가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 '아, 역시나' 하고 생각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책의 에필로그. 책의 마지막줄은 다음과 같다.

'울면서 황야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의 기나긴 행렬이, 신기루처럼 내 시야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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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1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사소하지만, 책/미술 카테고리에 이 책을 넣으려다가, 막상 리뷰를 쓰고 나니 '일본'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나라도' 하고 우겨서 '한국' 카테고리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