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책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연서라고 생각하는 <서재 결혼시키기>의 앤 패디먼이 '아메리칸스칼라' 지에 개재했던 열한편의 퍼밀리어 에세이(familiar essay_수상록) 들을 모은 것이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그녀가 이야기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패디먼가의 책사랑(아니 중독, 혹은 경배?) 이야기들에 대해 120% 공감 가고, 그녀와 그녀 가족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책들의 이야기가 아기자기하니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천재적인 글솜씨라던가, 눈에 뛰는 글발이라던가 그런건 없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모인 아름다운 책이였다.

그런 이유로, 앤패디먼의 신간은 참 반가웠는데, 읽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약간 다르긴 하다. 처음으로 나오는 '자연채집'은 아마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에세이일 것이다. 그녀의 어린시절과 그녀를 만들어낸 패디먼가에 대해 엿보고 '어이쿠, 제가 졌어요' 두손 들게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곤충채집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어린시절 잠자리통과 잠자리채를 들고 죄없는 잠자리들을 잡으러 다니기도 했고, 학교 뒤 땔감에 서식하는 장수하늘소를 눈에 뛰는 족족 잡아서 싸움을 붙이기도 했지만, '나비채집'이라는 것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나비를 잡아서 말려서 죽여서 전시하는 것. 그것에 대한 죄책감과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비채집의 고전과도 같은 클로츠의 책 이야기부터 나비채집을 좋아했던 유명인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오륙백명의 머리를 베어야 한다' 고 주장했던 프랑스의 혁명가 장 폴 마라라던가, '셀 수 없이 많은 누드 잡지와 포르노 동상, SM장신구들과 18,000여개의 성관련 자료를 수집한' 성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라던가, 아름다운 미술학도를 납치해 지하실에 가두는 존 파울즈 소설 <콜렉터> 속의 프레더릭 클레그까지.. 가 모두 나비 수집가였음을 이야기 하고, 그 모든 사이코 부대를 압도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60여년간에 이른 나비 사랑을 그의 인생과 작품을 들춰내며 청산유수로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세렌디피티 자연박물관'으로 마무리 되는데, 그녀와 그녀의 오빠인 킴 패디먼. 나비채집 동료였고, '세렌디피티 자연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소장이자 관람객이였던 그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킴 패디먼에게 헌정되는 책이기도 하다. 세렌디피티 자연박물관(패디먼가의 어느 운 나쁜 방) 에는 패디먼 남매가 모은 웬갖 기상천외한 것들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욕실에 모래를 채우고 무슨무슨 왕뱀을 키우게 해 주고, 말린 모래상어를 벽에 못질해서 걸게 해주고, 생일 선물로 받은 촌충을 전시하게 해 준 남매의 어머니를 존경하고 싶다. 아주 낭만적이게도 조개수집 이야기와 유년기와의 이별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이 글이 아마도 이 책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글이 아닌가 싶다.

작가에 대한 글로는 '온순하지 않은 램'(찰스 램), '도망자 콜리지', '프로크루스테스와 문화전쟁' 이 있고, 탐험가에 대한 '북극의 쾌락주의자'가 있다.

먹거리에 대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와 같은 글이 있고, 지극히 일상적인 '우편물'에 대한 이야기, 9.11이 일어났을 당시 성조기에 대한 이야기인 '면으로 된 천 한 장' , '이사'가 있다.

'자연채집'으로 시작한 에세이집은 '물 속에서' 라는 그녀의 비극적인 카누경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서재결혼시키기>와 같은 책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렇게 멀리 간 것은 아니다.
호기심이 가득한(책벌레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녀의 생각흐름을 소소한(?) 역사와 문학작품들 위주로 따라가는 산책과도 같은 짤막한 여행은 여전히 즐겁다. 

이 책의 원제 At large and at small 에 대하여
이 작품의 제목은 내 관심의 대상이 원시안적이지만 내가 보는 초점은 근시안적이란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지었다. 이 작품을 집필 중이었을 때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해 On Great and Little Things]라는 해즐릿의 수필이 떠올랐다. 그는 말했다.
"정신의 기관들은 눈동자처럼 마치 넓은 면이나 좁은 면을 보기 위해 수축되거나 팽창되며, 그러면서도 각 장기들의 관심을 끌만한 다양한 대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느낀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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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9-2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재미있었다면, 차라리 다이앤 애크먼의 <감각의 박물학>을 추천한다. <세렌디피티..>도 귀엽지만, 다이앤 애크먼은 훨씬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