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타 볼프의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을 샀던건 황금가지에서 나오는 '환상문학전집' 시리즈를 사고 있었기 때문인데,(<뉴로맨서>까지 샀는데, 읽는 것은 처음이다;; )

어슐러 르 귄의 책을 무지하게 재미없다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그 이름 옆에 있는 이 책도 재미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나보다.

별 이유없이 읽기 시작한 이 책의 열페이지 정도는 그런 내 맘을 굳혀주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따옴표도 줄바꿈도 없이 나오는 통에 지금 화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이인지 노인인지 당췌 구분이 안 갔던 까닭이다.

메데이아(또는 메데아라고도 읽음)는 신화속에 나오는 서구문학 사상 최고의 악녀로 불려진다.  

 

이아손의 아버지 아에손은 이올쿠스왕 크레테우스의 아들이었지만 크레테우스가 죽고
크레테우스의 양아들 펠리아스가 왕위를 차지하자 이아손은 센타우로스(반인반마)인 키론에게
보내져 교육 받다가 스무 살이 되자 이아손은 왕위를 되찾기 위해 이올쿠스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강을 건너는 노파를 돕는데 그녀가 바로 변장한 헤라였고 그런 이유로 헤라는
이아손을 돕습니다. 펠리아스는 돌아온 이아손을 죽이기 위해 콜키스왕 아에테스가 갖고 있는
황금양털을 가져오면 왕위를 주겠다고 하고 이아손은 최고 용사들을 모아 원정을 떠납니다.
이아손이 타고 떠난 배의 이름은 아르고인데 아르고호 원정에 참여한 용사들은 오르페우스,
헤라클레스, 멜리거, 아우게아스,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아이아스의 아버지인 텔라몬,
역시 또 다른 아이아스의 아버지인 오일레우스, 헬렌의 형제인 카스토르와 폴룩스, 바람의 신
보레아스의 아들들인 제테스와 칼라이스 등등입니다. 이아손이 콜키스섬에 도착하여 황금양털을
요구하자 아에테스왕은 불을 뿜는 두마리 황소에 멍에를 씌우고 밭에 용의 이빨을 뿌리고 쟁기를
갈면 주겠다고 하였고 헤라의 요청으로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를 시켜 황금화살을 쏘아
아에테스왕의 딸이자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손녀인 메데아가 이아손과 사랑에 빠지게 합니다.
메데아의 도움으로 과업을 성공하지만 황금양털을 내놓지않자 메데아는 황금양털을 훔치고
남동생 압시르투스마저 갈기갈기 찢어 바다에 뿌리고 남동생의 시체를 수습하느라 아버지인
아에테스는 추격을 포기합니다. 아르고호는 사이렌섬을 통과하는데 그리스 최고의 가수였던
오르페우스가 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들을 사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이아손은 황금 양털을 가지고 이올쿠스로 돌아왔지만 펠리아스는 왕위를 넘겨주지 않았고
화난 이아손은 메데아와 함께 펠리아스의 딸들을 꾀어 펠리아스를 죽였고 그 죄로 이올쿠스에서
추방당하고 코린트섬으로 가는데 이아손은 코린트의 왕 크레온의 딸 글라우체와 결혼하기 위해
메데아와 이혼하고 메데아는 자식들마저 죽이고 도망쳐버립니다.
그 후 이아손은 아르고호에서 떨어져나온 나무조각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아테네로 도망온 메데아는 아테네의 왕 에게우스와 재혼하고 마치 주몽과 유리왕을 연상시키는
에게우스의 숨겨둔 아들 테세우스가 아버지의 물건을 들고 나타나자 독살시키려했으나 에게우스의
방해로 실패하지만 결국 황소 미노타우루의 제물로 테세우스를 바치게 하고 살아 돌아온
테세우스를 흉계를 꾸며 죽이고 맙니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손녀 메데아 그리스신화에서는
그녀의 이모였던 키르케처럼 마녀로 묘사되는데 그리스신화에서 헤라클레스, 아킬레스 다음가는
영웅들인 이아손과 테세우스를 직간접으로 죽이게 됩니다.  (출처 : http://letstalk.tistory.com/3621)

이야기의 톤에 점점 익숙해지다보니,쉬이 빠져들게 되었고, 메데이아 외의 첫번째 악녀인 메데이아의 옛제자 아가메다가 등장했을때부터 이 이야기에 점점 반하게 되었다. 읽으면서 내내 학교때 읽었던 <카산드라>라는 책이 떠올랐는데,  지금 반 정도 읽었을 뿐이지만, 홀딱 반해버린 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다른 책을 주문하려고 앉았더니, <카산드라>가 이 작가의 책이었다.

신화속의 비극적인 여자들의 속내를 세심하게 풀어내는 점과 마녀로 몰릴 수 밖에 없었던 천재성과 합리성을 지닌 여성의 존재를 그렸다는 점에서 내가 <카산드라>를 떠올린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 크리스타 볼프의 <카산드라>를 공부할 때는 (내가 무려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는) 크리스타 볼프는 페미니즘 작가로 분류되었다. (얼마전 책정리하다 오래된 <카산드라>와 원서를 본 기억이 있는데, 필받아서 찾아보려니, 다시 숨어버렸다.) 환상문학전집의 메데이아 책소개는 '악녀'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며 한 편의 팜므파탈 판타지 신화를 예상하게 한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시작된 팜므파탈은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 를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팜므 파탈' 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크리스타 볼프라는 작가는 이아손이 건넜던 거친 바다의 파도만큼이나 생생하고 차가운 캐릭터들을 재창조해냈다.
어리버리한 바보남자들과 그 남자들에 의해 '팜므 파탈'이 되는 여인의 이야기는 2천년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남자와 여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좀 읽고 싶은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