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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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 병은 어떤 병인데요?"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그 다음에는 그런 감정마저 서서히 사라져 결국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는 게지. 이제 그 사람은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 이란다." 
모모는 등골이 오싹했다.

어느 마을 원형극장에 어디에서 온지도 모르는 소녀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모모'라고 불렀다.

문제가 있을때, 다툼이 있을때, 마을 사람들은 ' 모모에게 찾아가봐' 라고 말하곤 했다. 모모를 찾아가서 다툼의 이유를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그 다툼은 희미해져 버리고,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그런 모모와 마을사람들에게 나타난 회색인간. 그들은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다.
시간을 아껴서 저축할수록, '바쁘다, 바뻐'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아끼려고 바둥거릴수록,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조금씩 회색인간들에게 잠식되어 가는 마을.

최후로 남은 어린이들까지도 회색인간의 편이 되었을때, 모모가 돌아온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갑자기 뚝 끊겨 버리고 거북이 카시오페이아 등껍질에 '끝' 이란 말을 비추인다. 허무하게스리.

모드라마에 나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모모.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도 아닌걸.
혹은 미하엘 엔데라는 작가는 각자의 마음에서 가장 다친 부분을 끌어내는 그런 작가인 것인가 싶기도 하다.
회색인간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는 '모모'이고 싶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는 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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