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게이먼 책의 러쉬다...라고 말하기엔 세권밖에 안 나왔지만,
 오늘 각기 다른 곳에서 도착한 닐 게이먼의 책, <베오울프>와 <네버웨어>이다. 
 

<스타더스트>가 말도 안되게 두권이나 생겨버리는 바람에, 네권이다. 으쓱.
 

 <네버웨어>도 <베오울프>도 책만짐이 좋다.
<네버웨어>는 책의 페이지 하단을 지저분 뻑적지근하게 해놓아서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서도(판타지 독자들은 그런 요상한 것도 즐길거란 착각을 버려주삼!)  <베오울프>는 맘에 든다.

역시 가볍지는 않아도, 무겁지도 않은 환타지를 예상하고 책을 폈던 나는 <베오울프>의 서문부터 빠져들었다.

우선 책생김새를 먼저 말하고 싶은데, 검은색 페이즐리 무늬..가 아니라, 뭐라해야되지, 윌리엄 모리스 책에 나오는 것 같은 무늬에 흰색에 펄이 반짝반짝 들은 제목이 아주 멋지구리하다. 보라색, 진보라색의 용인지, 뱜인지도 어울린다.
<베오울프> 제목으로 쓴 것이 무슨 폰트인지는 모르겠는데, 한글폰트로 고딕느낌나게 하니, 일견 어색하기도 하고, 멋져보이기도 하고, 그렇다.

오늘 지하철안에서 읽었던 맘에 쏙 들었던 서문

나는 종종 이야기를 동물에 비유해 생각해볼 때가 있다. 이야기들 중에서도 흔한 것, 희귀한 것, 멸종 위기에 놓인 것들이 있다. 상어처럼 오래된 이야기도 있고, 인간이나 고양이처럼 비교적 최근에 이 땅에 등장한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어 <신데렐라>라는 이야기는 쥐나 까마귀처럼 여러가지 변형된 형태로 번창해서 이 세상에 널리 퍼져 있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이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내게 기린을 연상시키는 <일리아드>같은 이야기도 있다.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눈에 띄거나 개작될 때마다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마스토돈이나 검치호같이 뼈조차 남기지 않고 멸종된 이야기들도 있다. 그 이야기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죽어서 더이상 그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게 됐거나, 오랫동안 잊혀져서 다른 이야기들 속에 화석 조각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다. <사티리콘>은 몇 장章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베오울프>도 자칫하면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옛날, 천 년도 더 전에 사람들은 베오울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잊혀졌다. 오늘날의 사람들 중에는 아무도 본 적이 없으며, 멸종됐거나 거의 멸종돼가는 동물처럼 말이다. <베오울프>는 구전되는 이야기로서는 잊혀지고 오직 하나의 필사본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필사본은 오래가지 못하며, 세월의 흐름과 함께 훼손되거나 불이라도 나면 쉽게 파손될 수 있다. <베오울프 필사본에도 불에 탄 자국이 있다.
  그러나 <베오울프>는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왔다…….
  그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재발견되어 보호를 받으며 다시 살아나는 멸종 동물처럼 서서히 번식을 시작했다.

<스타더스트>에서 진작 닐 게이먼의 글맛에 반한 사람들이라면, 불굴의 영웅과 저주이야기, 악의 씨앗, 운명의 수레바퀴 등의 이야기에 언제라도 몸을 던질 수 있는 독자라면(그니깐, 나같은 독자) 이 책, 놓쳐서는 안된다! <네버웨어>를 먼저 읽으려고 했는데, 페이지 하단의 지저분 뻑적지근이 영 거실려서 먼저 잡은 <베오울프>다.

안젤리나 졸리가 나온다는 영화 개봉에 힘입어 나오는가.도 싶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닐 게이먼의 책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다면 대대환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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