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상황을 보아하니 틀어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떡하시려고요?"
"혼자서라도 조사를 계속 해야죠. 그냥 둘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사라진 여자를 찾는 거죠?"
"그렇죠."
혼마는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둠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휩싸고 있었다. 이 캄캄한 어둠 속 어딘가에 사라진 쇼코가 있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그녀의 호흡이 어둠을 하얗게 물들이고 그녀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귓전을 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이 지독히 내린 어느 겨울밤, 죽은 아내의 사촌이 사라진 약혼녀인 쇼코를 찾아달라며 혼마를 찾아온다.
형사생활중 입은 부상으로 휴직중인 혼마는 사촌의 케이스를 맡기로 한다. 쉽게 생각했던 실종사건은 쇼코에 관한 여러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발견되면서 미궁으로 빠져간다.

쇼코가 사라지게 된 것은 그녀의 개인파산 기록이 우연히 발견되면서였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개인파산'의 절차를 밟게 되었던 쇼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그쳤다면 혼마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동정의 여지 없는 사람들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 책에서 묻는 것은 그것이 과연 개인의 책임만이냐는 것이다. 혼마의 부인을 죽게 만든 교통사고와 비교한다. 이틀을 꼬박 잠을 못잔 트럭운전수가 졸다가 중앙선을 넘어 서 사고를 냈을 때에 그 책임이 과연 트럭운전수에게만 있느냐? 고 묻고 있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은 행정, 트럭 운전수를 잠도 안 재우고 일터로 내보낸 회사, 도로가 좁은 것도 문제고, 도로를 넓히고 싶어도 넓히지 못하게 만든 엉망인 도시계획, 그리고 터무니 없이 오른 땅값까지.  어,어,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두에게 트집을 잡을 것 까지야.

금융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에도 비난의 화살은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만 똑바로 했더라면. 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쇼코의 예를 들어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이란 얄팍한 이름의 허구를 드러낸다. 2m도 안되는 키의 사람이 10m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고.

그러나 대출, 상환, 신용의 굴레에 빠진 것은 같지만, '그녀'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분명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독자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녀를 쉽사리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 
사라지는 그녀를 막기 위해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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