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 여성범죄 전담 형사가 들려주는
이회림 지음 / 청림Life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여자로 태어나서, 한국여자로 태어나서.

이런 책을 이렇게 스릴있게 읽는다.

 

저자는 피해자이자 생존자이다.

아동기때 공중화장실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대학교때 데이트폭력을 당했다.

영화감독을 꿈꾸다 경찰이 되었고, 13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이다. 여성범죄 전담형사.

 

호신술 얘기나 범죄 얘기 정도나 나오려나 싶었는데, 꽤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도움되었다.

 

저자는 관련 분야의 실전경험이 풍부하고, 노력형이자, 공부형인 것 같다.

조금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더라도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들이 마음으로 와닿았고, 업무와 관련된, 누가 시키지 않았을 공부들도 열심히 한 것 같다. 훌륭한 직업인으로 보인다.

 

'용기'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티비를 보다 초원의 용맹한 암사자를 보며, 왜 인간 여자는 용맹할 수 없을까. 그렇게 키워져서 그런가. 여자들도 자신 안의 용기를 찾아야 한다. 자라면서 숨겨져왔던, 용기를 어떻게 다시 찾을까. 사건의 순서에 따라, 각각 어떻게 반응하면 가장 좋을지를 알려준다. 구체적인 방법들보다, 마음을 다져야 하는 순간을 시뮬레이션하고, 대비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평소에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좋았다.

 

이런 자신감들은 훈련을 통해 커지고, 몸이 기억할 때까지 훈련해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몸이 저절로 반응할 수 있도록.

 

두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범죄에 맞닥뜨렸을 때, 소리 지르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버린다. 마지막의 얼어버리는 것은 몸의 반응이 느려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숨이 얕아지는 등, 자신에게 닥칠 위험에 무감각해지기 위해 몸의 기능이 멈춰 버리는 것을 뜻한다.

 

왜 당하면서도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냐.는 이야기는 맞지 않는다.

 

소리를 지를 수 있고, 반격할 수 있고, 도망갈 수 있는 것.

여기서, 반격의 호신술이란, 범죄자를 쓰러트리라는 것이 아니라, 도망갈 수 있는 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평소에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써서 누군가를 밀치거나 하는 경험이 있는 여자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저자는 평소에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라고, 무술을 배우라고,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 보라고 권하고,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 것 같다.

 

저자가 여섯 살 때 동네 놀이터에서 왠 아저씨와 화장실로 가서 팬티가 벗겨지고 성추행을 당할 때, 열린 문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한국무용을 했었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몸을 움직이는 경험은 중요하고, 위험할 때 나를 구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위험할 것 같은 곳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것을 캐치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라는 것.

핸드폰이나 책을 읽고 다니는 나는 매우 반성.

 

트라우마 이야기와 미투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이 부분도 좋았다.

나는 이 책을 내 주변의 여자들에게 기꺼이 추천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서 보는 이야기들이지만, 13년 베테랑 여자형사와 함께 그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더 무서웠고, 더 실감났고, 더 걱정되었고, 실질적으로 바뀌기 위한 것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죽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깐.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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