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해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본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대를 사랑한 것은 아닙니다.
물빠진 뻘밭에서 갯흙을 일으키며 헤매던 지난 여름
무언가가 기어간 흔적에 한나절 따라가다 가뭇없이 눈들자
바다 너머 하늘에 가 닿아 있던 온몸으로 긴 흔적.
그 한 평생의 궤적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대여, 더 멀리 떠나가세요
아득할 수록 깊게 꽃 핍니다.
서른 해 이끌고 온 지친 몸 남루한 한 낮
그대를 다시 찾아갑니다.
한 눈에 알아보았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한 눈에 사랑하였다는 사람들을 믿지 않습니다.
시- 구광본
벌써 오후 4시 14분이다..
오늘 뭘 했드라... 아무것도 안했군... 그냥 TV나 보고 알라딘에 왔다갔다 몇 번하고 나니 하루가 훌쩍 흘러가 버리고 있다.... 왠지 슬프군...
왜!! 노는 날은 이렇게 빨리만 흘러가는 걸까? 아쉽게시리.....
딸의 소식
- 낙랑에는 적이 쳐들어 오면 저절로 우는 자명고라는 레이더가 있었다. 낙랑와 최리의 딸은 북국 대무신왕의 아들 호동을 사랑하여 북을 찢었고, 호동은 낙랑을 쳐들어왔다('삼국사기' 14권)
아버지, 저 여기 살아 있어요.
그날 제 품에 숨긴 칼로 낙랑의 북을 찢을 때
제가 찢은 것은
적이 오면 저절로 운다는 자명고가 아니었어요.
제 운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손으로 아버지의 나라를 찢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선명합니다.
두려움과 죄의식으로 후들거리며
맹목 속에 온몸을 던진
저는 그 때 미친 바람이었어요
호동은 달처럼 수려한 사내
하지만 북을 찢고 제가 따른 건 호동이 아니었습니다.
제 사랑은 전쟁의 아찔한 절벽에 핀 꽃, 세상에
파멸밖에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이 있다니요
검은 보자기 홀로 뒤집어쓰고
손에 보자기 홀로 뒤집어쓰고
손에 쥔 칼 높이 들어 북을 찢을 때
하늘의 별들 우르르 떨던
그 캄캄한 절망만이
온전한 제 것이었습니다.
문정희 '양귀비 꽃 머리에 꽂고'중에서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