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황진이하면 조선 송도 제일의 기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화담 서경덕과의 사제 관계는 항상 나에게 어찌 당대 조선 제일의 학자가 한낱 기생과 사제 지간이었을수 있을까란 의문을 품게하였다. 이 소설의 부제는 역사와 소설의 포옹이다. 황진이의 탄생부터 그녀가 살았던 삶을 서화담이 죽은 후 그에게 서신을 남기는 형태로 그녀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단순한 남녀간 욕정이나 욕망에 머물러 기생의 회한을 다룬 것이 아닌 황진이가 어떻게 당대를 살아갔으며 특히 그녀의 시에 대한 열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문장이 끝날때마다 달리는 주석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그녀의 사상을 추적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책들을 꼼꼼하게 탐독하여 독자에게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가 그린 황진이의 세계는 각 장마다 그려진 그림만큼 우리에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황진이가 금강산을 유랑하며 16세기의 어려운 민초들의 삶과 무능하고 탐욕만 가득한, 그녀의 아버지가 포함되어 더 놀라운 지배층들에 대한 비판은  매우 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유명한 이들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고, 그만큼 그들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 여러 고문서에 남아있는 황진이에 대한 이야기들 역시 그러하다. 그 시대 혹은 그 시대 이후 사람들은 경국지색과 경전에 통달하고, 시와 거문고, 춤에 능한 송도 기생 황진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남겼고, 회자했다. 오늘날 황진이를 다룬 소설은 많이 봤으나, 왜 그녀가 화담과 교류했을까란 의문을 이렇게 명쾌하게 풀어준 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역사와 소설의 따뜻한 포옹 아래 한 여류시인의 진실이 재탄생하여 내 안에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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