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추 스토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지미추 스토리 - 구두보다 더 화려한 럭셔리 창업기
로렌 골드스타인 크로우 외 지음, 김민주 외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만든 사람들


지미추의 성공스토리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구두의 명인 지미추, 그의 재능을 사업화시킨 타마라, 그리고 지미추를 명실공히 세계적인 럭셔리 기업으로 끌어올린 전문경영인 로버트 센수산이 그들이다. (29쪽)


진지하면서 예의 바르고, 정치적으로도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잡지를 만드는 젊은 여성 직장인들은 출세하기보다는 부자 남편을 만나 일생을 편안하게 사는 것에 자신의 미래를 건다. (15-16쪽)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에디터처럼 화려하고 치열하며 재빠르지만, 겉치레에 치중하는 여성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영국 보그 출신의 타마라 이어디는 겉치레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학창시절 그야말로 날라리였다. 자유롭고 재미있는 그녀는 새로운 곳을 항상 찾아다녔고, 파티걸이었다.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아버지의 도움으로 패션계와 관련된 직장을 구해 다닐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 영국에는 고급스러운 하이힐을 만들 수 있는 장인이 딱 한 명 있었다. 영국으로 유학을 와서 런던의 허름한 건물 한 켠에 자신의 구두방을 운영하던 지미추는 타마라에게 구세주였다. 그는 고급스러운 구두를 재료만 공급하면 빠르게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 상류층 여성들에게 지미추 구두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기사 달린 대형 세단이 지미추 구두방 앞에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43쪽) 다이애나 왕비도 그에게서 구두를 주문했다. 그가 타미라와 손잡아 1996년 구두 브랜드의 주인이 되고난 뒤, 몇 달 후 1997년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에 초대받은 유일한 제화공, 지미추.


사업가와 장인의 만남은 얼핏보면 환상적인 조화 같지만, 자유분방한 사업가와 고지식한 장인은 항상 사사건건 부딪히게 된다. 결국 타마라는 억만장자 상속인 남편과도 이혼하고, 지미추와도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지만, 여전히 지미추의 이름으로 패션 아이템을 만들며 살고 있다. 지미추의 성공 스토리는 신데렐라처럼, 누더기 작은 공방에서 왕비 다이애나의 방문을 받고 선택되는 것처럼 낭만적이다. 드라마 <섹시 앤 더 시티>에서 4명의 여주인공들이 직접 지미추 브랜드를 언급하는 바람에 지미추는 21세기를 대표하는 구두 브랜드로 입지를 탄탄히 했고, 전문경영인 로버트의 손길로 인해 건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총 375쪽의 분량에 중간에 할리우드 스타와 다이애나 비가 지미추 구두를 신은 사진, 지미추 스토리 주인공들의 사진, 지미추 구두와 가방 사진등이 실려 있어 긴 잡지 기사를 읽는 기분이다. 지은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달러나 파운드의 화폐단위가 잘 가늠이 되지 않고, 각종 브랜드와 잡지 이름도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행히 보그나 엘르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 잡지라서 알고 있지만, 그 회사의 사장이나 CEO까지 언급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경영VIP에게 관심을 많이 쏟지 않았다는 소박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건의 쓰임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재미있는 소비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지미추의 구두를 신으면, 어떤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 탄생 속에서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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