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구판절판


1년의 휴직기간이 끝나고 S중학교에 부임했을 때, 저는 스스로에게 규칙을 정했습니다. 아이들을 이름으로 막 부르지 않는다. 최대한 같은 시선에 서서 정중한 말씨로 이야기한다.-14쪽

제가 진상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A도 B도 태연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에 경찰이 온 기색도 없습니다. 어째서일까. 저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모든 고백을 마친 A에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사고예요. 결코 A군이 원하는 엽기적 살인 사건으로 만들지는 않겠어요. 모든 것을 고백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B와 자식의 고백에 할 말을 잃고 넋이 나간 어머니에게도 말했습니다. 어미로서는 A도 B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교사이기도 합니다. 경찰에 진상을 알리고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어른의 의무지만,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52쪽

나오키네 작은 누나에게 들었습니다. ‘어째서 어머니를 살해했는가’라는 질문에 나오키는 단 한마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경찰에 체포당하고 싶었으니까."-105쪽

나오키는 얼굴 한 가득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애, 내 눈앞에서 눈을 떴거든. 그랬는데 내가 수영장에 그앨 던져버렸어."-145쪽

"그 애가 눈을 떴는데도 수영장에 던진 건 무서워서 그랬던 거지?"
엄마는 몇 번이고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엄마의 이상에 한없이 가까운 녀석이 실패한 일을 성공시키고 싶었거든.-198쪽

그럼 이건 꿈일까......
그렇다면 빨리 잠에서 깨어 엄마가 만든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를 먹고 학교에 가야지.-202쪽

이 녀석을 죽일까? 살의란 일정한 거리가 필요한 인간이 그 경계선을 넘어왔을 때 생기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227쪽

모두가, 부끄럽게도 나 역시 담임의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저마다 공포심을 품고 있었을 때, 반장만이 유일하게 의심을 하고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알아낸 사실을 건방지게 떠벌리지도 않고 가슴속에 담고 있었다. 그 점에 경의를 품었기 때문이다. -242쪽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게 후회가 돼. 그래서 대신, 하다못해 당신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만은 막으려 했어. 종업식 날, 당신이 내 피를 뽑는 걸 알았어.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하고 바로 눈치 챘지. 학교에 갔더나 당신이 우유팩에 피를 넣고 있더군. 끔찍한 복수였어. 당신이 떠난 후에 바로 새 우유로 바꿔 놓았지. 당신은 나를 용서 할 수 없을지 몰라. 하지만 증오를 증오로 갚아서는 안돼. 그런다고 절대 마음이 풀리지는 않아. 그보다 두 사람은 반드시 갱생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믿어. 그건 당신이 회복하는 길로도 이어질 테니까......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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