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커피를 좋아하나요? 여기 커피 맛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이 있습니다. 

저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다양한 커피가 있더군요, 한번 찾아보세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이 책이 도와줄 거에요.


파란색과 하늘색의 눈이 편안해지는 책 표지를 훌러덩 열어보면, 책 날개에 다음과 같이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윤건 마르코 <브라운 아이즈>의 히어로

그는 아메리카노를 닮았다. 전형적인 B형의 초식남. 약간 도히적 이미지 때문에 까칠할 것 같다는 사람들의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의 오랜 지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지구가 반쪽이 나도 모르는 엉뚱남이라는 것을.


조현경 밍스

그녀는 마르키노를 닮았다. 달콤한 초콜릿과 에스프레소의 만남처럼 그녀 안에는 천진난만한 아이와 생각 깊은 어른의 캐릭터가 공존한다. 호기심이 많아 신제품과 아이디어 제품에도 관심이 많은 그녀는 인터넷에서 얼리어답터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윤건의 절친이다. ‘삶은 이벤트’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흥미진진한 일상과 생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많은 방문자를 기록하는 파워 블로거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아이디어 퍼주는 스푼>, <3년 빨리 승진하는 이메일 성공기>, <부끄러운 문화 답사기> 등이 있다.

* 조현경의 얼리어답터 세상 blog.daum.net/earlyeyes


김상현 다니엘

결국엔 요리하는 철학자.

그는 대학시절 종교 철학에 심취했었으나, 삶에 있어서 먹는 것이 최고라는 진리를 깨닫고 요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카라멜 마키아토를 닮았다. 그가 지금까지 가졌던 직업만 해도 여덟 가지. 존앤스펜서 카피라이터, MBC 방송국 구성작가, 만화 시나리오 작가, 논술 학원 원장 등을 거쳐 현재 그는 일본 가정식 덮밥 전문점 <다니엘의 주방>을 운영 중이다.


카페라테, 더치커피, 화이트모카, 아포가토, 카라멜 라테, 마르키노, 사케라토, 카라멜 마키아토, 카푸치노, 카페그린, 카페모카, 티카페, 카페로망, 아이스 라테, 모카자바, 아이리시, 베트남 커피, 모카치노, 바닐라 라테,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바닐라 라테, 단호박 꿀 라테, 에스프레소. 총 24가지의 커피가 우리에게 사랑을 이야기해준다.


각 꼭지마다 김상현 씨가 두 쪽에 걸쳐 커피에 담긴 사랑말, 커피를 만드는 방법과 심리테스트를 실어놓았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아리송하게 때로는 씁쓸한 커피 맛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랑 이야기도 좋았지만, 나는 연두색 빛 모눈 종이에 그림과 사진으로 덧붙여진 김상현 씨의 글이 맘에 든다.


12월 21일은 커피데이다. (27쪽) 한 개를 두 개로 나누어서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각 꼭지에는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가 첫머리 오른쪽에 조그맣게 실려 있다. 그리고 부담되지 않는 사랑 이야기가 큼직하게 실려 있다. 마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마치 친구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것처럼. 우리가 대학생 때 혹은 어렸을 때 겪은 사랑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담겨 있다.


- 영화 보러 같이 가자!

- 싫어. 꽉 막힌 곳에 있으면 숨이 막혀.


사실 나는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단지, 별 감정 없는 사람들과 그 좁은 공간에서 무릎을 맞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싫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무표정한 제안에 아무런 군말 없이 선뜻 응하고 있었다.


- 사실 난독증이 있어서 외국 영화 잘 안봐요.

- 그럼 책을 못읽어요?

- 아뇨. 읽어요. 근데 아주 가끔 글자가 음표로 보일 때가 있어요.(39쪽)


어떤가? 우리 주변 혹은 우리 자신의 대화 내용과 비슷하면서도 참신하지 않은가?


반면에 내가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바로 14장의 아이스라테 편이다. 사라져버린 그 사람. 매일 아침 상냥한 모닝콜과 머슴처럼 보살펴 주던 남친이 하루 아침에 다른 여자와 함께 해외연수를 가버렸다. 아무런 이야기도 남기지 않고. 이별 통보도 없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를 몰라서 3-4번을 반복해서 읽어본 장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도 현경씨처럼 내 삶을 망가지게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홍대에 눈이 내리면>. 아마도 윤건 씨의 사랑이야기가 담긴 노래 같다. 그 밖에도 브라운 아이즈의 히트곡이 책을 보는 내내 떠오르며 책을 다 읽으면 찾아 듣게 된다.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며, 그 설렘과 끌림, 끝의 쓰라림이 모두 떠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다이어리로 판매되었으면 좋겠다. 책으로 소장해도 충분히 예쁘지만, 이렇게 귀여운 사진과 24개의 커피 에피소드를 혼자 꾸며내기에는 내 손재주와 사진감각이 심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책이니 만큼, 좋은 추억으로 독자들을 위해 재고해주시길 바란다. (나 혼자만 원하는 건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