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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대문 형무소나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가보면 새삼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 체제에서 벗어났음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잔인한 고문 기구들, 나라를 위해 사그러졌던 수많은 투사들. 뒤이은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여러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현재는 남부럽지 않은 경제대국으로 꼽히며 잘사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가끔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미국과의 외교마찰로 불안해 할때 지구 곳곳에서는 종교 때문에, 민족 때문에, 돈 때문에, 권력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끔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아프리카다. 전쟁보다도 더 어이없는 이유들로 인해 힘없는 아이들이 굶어죽고 병들어죽고 있다. 맑은 물을 마실 수 없는 토양, 다양한 식량작물을 농사짓지 못하게 하는 사회구조, 구조활동을 못하게 하는 아프리카의 포악한 정치인들. 그 뒤에는 맬서스의 냉정한 경제이론을 숭배하는 구미 제국주의 대기업의 냉혹한 신자유주의 이론들이 있다.
아기를 안고 좋은 분유를 먹이겠다고 약속하는 대표적인 이유식 기업, 네슬레가 분유를 무상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정치인을 암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단지 자신의 분유가 남미에서 안팔릴 것이라는 이유때문에 뛰어난 정치인을 죽이다니. 이 책을 읽다보면 쓰레기 더미를 음식으로 삼고, 수도가 연결 된 곳을 찾아 떠도는 빈민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이 책은 2000년도에 출판된 책이다. 약 10년전의 문제들이 내가 이 책을 읽은 오늘날에도 그리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저자가 주장하는 해결책은 단지 구조의 손길이 아니다. 저자는 사회의 인식이 변해야 이 어처구니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둘째,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
셋째, 인프라 정비
중학교 사회 시간에 시험에 꼭 나온다고 외우곤 했던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 아메리카의 플렌테이션 특산 작물이 이렇게 악랄한 것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남반구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업 체제를 마련해 줘야 하고, 교육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도 체계화 시켜줘야 한다. 그들은 잘 살고 있었다. 19세기 재화에 눈이 먼 제국주의 때문에 강제로 정치와 경제를 점령당했고 스스로 일어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기회조차 거두어가려는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다.
언제까지 짐승처럼 약육강식이나 경쟁의 논리로 빼앗는 강도같은 짓을 할 것인가. 이 책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는 평화롭다는 환상으로부터 깨어나게 해준다. 그리고 매우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이런 모순을 깨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이런 좋은 책을 한비야씨의 추천으로 알게 되어 고맙고, 한편으로는 이제야 이 책을 읽어서 매우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