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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Daum 문학속 세상에 2009년 상반기에 연재되었던 도가니. 매일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클릭을 했던 그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렇게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책으로 묶여져 나오는 것도 좋지만, 매일매일 웹상에서 만나는 소설도 색다른 맛이 있었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고 인상깊은 구절과 작품에 대한 정보를 다른 누리꾼들의 댓글로 확인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도가니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쓰여진 작품이다. 2005년 광주의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김승옥 씨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무진이라는 도시의 이름과 안개를 빌려다 썼다. 듣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안개는 세상과 소통하기 어려운 희뿌연 상황을 상징한다. 힘없는 아이들이 당한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은 눈물없이 보기 힘들다. 참혹하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나오는 가해자들의 뻔뻔스러움과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의 가식적인 모습은 분노없이 보기 힘들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묶이다 못해 갖가지 중요한 사회 세력에 포진되어 있는 옹호 세력에게 정의는 없다. 이런 상황이 교육, 정치, 사법, 종교에 만연한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강자에게 유린당하는 약자들, 세상과 단절된 아이들의 외침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회. 그러나 이런 소설을 통해 그런 사회를, 그런 강자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정부패를 처단하고 정의를 옹호하는 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1960년대의 안개가 아직도 자욱하다. 더이상의 나영이, 장지연씨가 나오지 않도록 21세기에는 햇살과 달빛을 고스란히 온누리에 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