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비룡소 클래식 16
루이스 캐롤 지음, 존 테니엘 그림,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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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의 고뇌가 담긴 책이다. 빨간머리의 앤 시리즈를 번역하기도 했던 역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우리말로 옮기기 까다로운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영어 표현을 가지고 장난을 친 구절이 많기 때문이다. tale과 tail, 가주어 it, 'geology'와 'seaology','history'를 'mystery'로 바꾸는 식이다. 의역을 한 부분이 많아 걱정스러웠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아주 잘 한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동화책이었을 때부터 접했지만,  맛있는 알약을 먹으면 뱀처럼 목이 길어지고, 거인처럼 몸이 커졌다가 벌레처럼 몸이 작아진다는 것 외에 전혀 재미가 없었다. 특히 알수 없는 카드에 대한 설명이나 이상한 노랫말, 아기가 왜 갑자기 돼지로 변하고 티타임은 또 무엇인지 우리나라 문화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도 꾸역꾸역 읽어넣었던 기억이 씁쓸하다. 

이 책은 잘 알려진 바 대로 19세기 영국의 정치와 문화를 풍자한 것이기도 하다. 앨리의 길안내를 했었던 (본의 아니게) 토끼는 소심한 관리를, 여왕은 폭압적인 정치체제를, 현학적이기만 한 학자들과 겉으로만 친절을 가장하고 이기적인 귀족을 웃음으로 그려놓았다.  

비룡소에서 나온 앨리스는 마치 두꺼운 다이어리처럼 되어 있다. 삽화도 충실하고, 노랫말도 우리나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번역되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앨리스와 제대로 된 모험을 다녀오니 약간 피곤했다. 내 주변에는 돼지나 양치기 개, 누울 수 있는 풀밭, 티타임 따위는 결코 편안하지 않다. 옆 집의 강아지들은 집 주변에다가 실례를 해놓고 가고;; 들고양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기 바쁘다. 게다가 닭은 새벽마다 어찌나 시끄럽게 울어대는 지 알람소리가 필요없을 정도이다. 깨끗하게 관리되는 잔디밭과 커다란 나무도 근처에 있고,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마음껏 커피한잔 우려낼 수는 있다.  그러나 잔디밭에 들어갔다가는 관리 아저씨에게 된통 욕을 얻어먹고, 커피 한 잔을 사람들과 나누기 보다는 그냥 혼자 마시는 편이 정서상 좋다.

19세기에 농촌의 다소 시끄럽지만 따스한 환경이 우리에게는 불편하고 인위적으로 변했다. 도시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걸까? 후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기회가 되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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