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웃는 집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멋진 풍경으로 드리워진 산새를 마음껏 감상하다가 목이 마를 때쯤 되면 산 중턱 양지에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얼음이 꽁꽁 얼어붙은 기온만 아니라면 큰 사찰이건 작은 사찰이건 물 한 사발 얻어 먹을 수는 있다. 운 좋으면 스님께서 차 한잔 대접하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어주시기도 하다.  

이 책은 마치 사찰에서 먹은 단내나는 샘물같다. 일상에 지쳐서 서로 함께 보듬어줘야 하는 가족임에도 얼굴 한번 자세히 보지 않고, 말도 섞지 않는 가족들이 우리 주변에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어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될 수도 있고, 불만이 쌓이다 못해 폭발하여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저자 법륜은 각기 다른 가족간의 갈등에 처한 사람들의 의뢰서를 놓고 4-5쪽으로 자세하면서 친절한 답변을 해준다.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여 어머니와 평생 절연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딸에게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모님께서도 결국 안심하신다는 답변을, 성추행을 당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여성에게는 몸이 더러워져 괴로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자꾸 괴로워지는 것 뿐이다, 마음을 다스리라는 충고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든 이에게는 조금씩 연습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을 권해준다.  

스님은 또한 가난과 외모, 종교, 우울증에 대해서도 짧은 조언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일상 속의 일들도 중요하기 때문에 들어간 꼭지일 것이다. 글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삽화가 들어가 있는데 글을 읽지 않고 그것만 넘겨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이영철 씨의 그림으로 누리집 http://namusai33.com 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고 한다.  

행복한 우리 집에 살기 위해서는 사랑과 힘을 나누기 위해 가족 모두 믿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의미없는 말장난을 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나와 남동생, 고된 삶이지만 근면성실하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시는 부모님. 욕심을 조금 줄이면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일단 이 쯤이면 충분히 행복한 것 같다. 비록 20살 때부터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많이 그립기는 하지만, 그리운 가족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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