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굉장히 야비한 사람들이 많다. 여주 시현에게는 의붓 언니, 어머니, 남동생이 그런 존재였다. 친어머니의 재능을 물려 받아 피아노로 성공했지만,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피아노를 더 이상 못치게 되었다. 어머니의 소개로 선을 본 남자에게 푹 빠진 시현. 만난지 반 년 만에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언니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언니는 시현의 남자를 불러내 앙칼진 소리로 따진다. 시현은 그 대화 내용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사고도 우연이 아니었다. 시현은 남주의 무관심이 좋았다. 피아니스트를 잘 모른다면서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묻지 않고. 말 없이 마시는 차 한 잔. 짧은 산책. 영화 관람. 무심한 말 한 마디. 드라이브. 밤샜어도 짬을 내 피곤한 눈으로 달려 나오기. 사람에 대한 묘사가 내게는 교과서처럼 와 닿는다. 많이 배웠든 재산이 있든 명예가 있든 권력이 있든 상관없다. 됨됨이가 부족한 사람들은 약자들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왜 이런 사실들을 이제야 알게 되는 걸까. 착하고 예쁘고 능력까지 출중한 여주지만 가족을 잘못 만나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았고. 외삼촌을 만나 새 삶을 얻는다. 남주와는 그래서 처음 아닌 처음 연애를 시작한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설정이 약간 비슷하지만. 여주의 가족 환경이나 능력 등은 작가님의 창조물이다. 세밀한 묘사에 개연성 있는 사건 전개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