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보상
새러 패러츠키 지음, 황은희 옮김 / 검은숲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더운 여름날, 정전 때문에 어두컴컴해진 사무실로 한 남자가 찾아 온다. 그 남자는 시카고 최대 은행의 부행장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인 피터의 여자 친구를 찾아 달라고 의뢰를 한다. 우선 부행장의 아들 피터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지만 싸늘하게 식어 있는 피터의 시신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남자가 은행의 실제 부행장이 아님을 알게 되고, 피터의 여자친구 애니타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자 경찰이 주인공은 소설은 더러 있었지만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은 드물다. 홀로 사건을 수사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기에 여자들은 힘겨워 보이는 걸까. 아무튼 여기 당차고 기 쎈 '여자' 탐정 워쇼스키가 있다. 뛰어난 패션 감각을 뽐내며 연애도 하고 즐길 것도 즐기면서 똑 부러지게 일하는 그녀는 탐정이라는 이름보다 알파걸의 이름이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 시체를 보고 전혀 놀라지 않고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냉정함을 가지고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어떤 때는 남자들과의 격한 몸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화끈한 면모를 과시한다. 그런 그녀가 사건을 수사하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흥미롭게 진행된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가슴 속에 더없이 따뜻함을 품고 있는 그녀는 친근하기도 하다. 로티와 질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거대한 보험사와 노동 조합이 등장하고 전형적인 화이트 칼라 범죄의 틀을 보여줘 하드보일드한 면은 없었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발견한 사건에 관련된 단서들은 조금 뜬금 없었지만 뜨거운 열정과 강한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워쇼스키는 끝까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시체가 등장하지만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수사는 아니어서 피가 난무하지도 않고 긴박하지도 않지만 워쇼스키라는 기 쎈 여자 탐정으로 인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간된지 좀 오래된 소설이라 지금과 너무 다른 풍경에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워쇼스키가 너무 매력적이라 위화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일일히 사람을 찾아 다니며 발품 파는 모습들은 워쇼스키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했다. 어쩌다 보니 책에 대한 느낌보다는 워쇼스키의 매력 탐구처럼 보여 조금 난감하지만 스릴러 소설 좋아하는 여자인 내가 워쇼스키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되는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헛된 기다림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책 속에는 아프가니스탄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자음의 차이일뿐 그 나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방송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는 나라임은 틀림 없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현실성 없는 뉴스들로 인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했던 마음이 컸었다.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낯설음도 크게 한 몫했지만 분쟁 지역의 이야기들은 다른 세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마을 외곽에 위치한 호수 근처에 영국인인 의사 마커스에게 라리사라는 러시아 여인이 찾아 온다. 그 여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복무중 행방불명된 자신의 남동생 베네딕트를 찾으러 왔다. 손자와 함께 실종된 마커스의 딸 자민이 라리사의 행방불명된 남동생과 아는 사이였다는걸 알게 된다. 한편, 보석 거래상이자 전직 CIA요원이었던 데이비드는 자민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내전으로 자살 테러가 끊이질 않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곳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이 심한 차별을 받고 있는 곳이라는 거다. 신성한 종교라는 이름 아래 가족들에 의해 명예살인이 자행되고 있고, 너무 심한 성별 차이로 짐승만도 못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나라. 책 속에서도 비참한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지만 그 나라에선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마커스의 집으로 모인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신분, 종교, 인종 모든 것이 틀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내보이지만 어설픈 위로를 하려는 사람도 없다.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분노나 화를 내는 사람 또한 없지만 그 상처로 마냥 아파하고 있지만은 않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법은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뿐. 종교나 국적, 모든 것을 떠나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들임은 분명하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들은 불가항력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초월해 덤덤하고 철저하게 자신의 시각으로만 써내려간 글에선 사실성이 짙게 묻어난다. 종교적 차원의 일들은 앞으로도 내 상식 안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내전으로 피폐해진 그들의 삶에는 조금이나마 동조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떠나 전쟁이라 함은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고 뜨거운게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친구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신인 공모전에 투고를 했다는 것이다. 공모전에 접수 된 작품도 내가 쓴 것과 비슷하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원래 하던 일이었던 책 편집을 하기 위해 이사를 한다. 이사를 한 동네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양식 낡은 주택 하나. 그 곳에서 의뢰받은 동인지의 연재 소설을 집필하기로 마음 먹고 음산한 기운이 넘치는 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소설 속에는 또 하나의 소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가 동인지에 연재하는 호러 소설인 <모두 꺼리는 집>. 연재하는 소설에선 코토히토라는 소년이 주인공인데 서양식 주택으로 이사후 섬뜩함을 느끼고 쓰구치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미쓰다 신조가 현재에서 겪는 일들과 자신이 연재하는 소설 속 고토히토가 겪는 일들이 교차되며 전개 된다. 어떻게 보면 완전 똑같아 보이는 둘의 상황이 교묘하게 맞물리며 서늘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진다.

 

호러 소설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이나 에도가와 란포를 향한 무한 애정은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이야기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호러 소설에 대한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애정이나 지식들은 대단해 보였고, 덕분에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지식에 대한 부분도 허구와 진실을 교묘히 섞어 놓아 책의 존재 유무가 불분명 하지만 소설 속의 소재로서 충분히 가치는 있어 보인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렌조 미키히코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줄 몰랐다. 그 작가의 책만 읽었다 하면 일본 소설에 대한 애정들이 순식간에 식어 버려 난감했는데 미쓰다 신조 덕에 다시 보게 되었다.

 

확실히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미쓰다 신조. 허구인지 실제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든 독자들을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조합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미쓰다 신조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이 이 정도면 작가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오싹함이 싫어질 만도 한데 묘한 매력에 자꾸 뭐에 홀리듯 읽게 된다.

 

미쓰다 신조가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 작가 본인의 이름을 갖다 붙힌 주인공 덕에 진짜 인물이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음산한 기운에 둘러 싸인 서양식 주택 '인형장'에서 미쓰다 신조가 겪은 체험기이자 집필기는 작가 시리즈의 첫번째다. 숙제처럼 느껴져서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서늘한 오싹함에 즐겁게 <기관>을 읽었으니 이번에 나온 <작자미상>도 얼른 만나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저터 - 뼈와 기계의 전쟁 본 트릴로지 Bone Trilogy 2
피아더르 오 길린 지음, 이원경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전편에서 무시무시한 포식자 '디거'를 물리칠 무기와 씨앗을 구하기 위해 루프로 떠난 인드라니. '디거'로 인해 종족 멸망을 직감한 스톱마우스는 부족민을 놔둔 채 인드라니를 찾아 루프로 떠난다. 루프로 가기 위해 떠났던 길에서 적들과의 싸움에서 정신을 잃고 깨어난 그 곳은 생경한 풍경의 하얀 방이었다.

 

스톱마우스의 시련은 어디까지일까. 인드라니를 찾기 위한 여정은 읽고 있는 나까지 지치게 만들만큼 험난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여인인 인드라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그리움과 낯설고 생소한 루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된 생활은 스톱마우스가 견뎌내기엔 너무 힘든 조건들이었다. 인드라니를 찾아가는 길도 고난의 연속인데 그런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스톱마우스의 존재 이유가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고 한 없이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아주 먼 미래이지만 원시시대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인간들의 실상과 인육을 거래하고 섭취하는 파격적인 소재로 눈길을 사로 잡았던 본 트릴로지 첫번째 시리즈 <인피리어>. sf장르 소설의 편견이 없지 않아 있었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렵고 지루하게만 읽혀지는 이야기들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그런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준게 <인피리어>였다. 흔히 볼 수 없는 충격적인 소재로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어서 sf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본 트릴로지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 주인공인 스톱마우스가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들이 만만치 않다는걸 충분히 안다. 하지만 비슷한 설정들의 반복이다 보니 너무 지치게 만든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는건 알겠는데 조금만 자제했더라면 덜 지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작가 덕분에 조금은 지루했지만 독특한 소재와 결말 덕분에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스톱마우스와 인드라니의 다음 행보는 과연 어떠할까. 물론 당연하게 여겨지는 험난한 여정이겠지만 조금은 가벼워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남자가 된 스톱마우스가 이제는 부족과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지었으니 전편들의 역경들은 살짝 우스워질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여기 마이클이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킬러. 유령같은 훌륭한 일 처리 덕분에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그녀와 아이를 위해 킬러 일을 그만두고 조직을 떠나려 하지만 조직은 그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조직을 떠나려는 마이클 때문에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졌던 동생 줄리앙의 신변도 위태로워진다. 마이클은 오랜 시간 헤어져 있던 줄리앙을 찾으러 엘레나와 함께 떠난다.

 

어찌 보면 뻔한 전개들이 눈에 보인다. 비정한 킬러가 등장하는 것이나, 킬러가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싸움 같은 것들 말이다. 솔직히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릴러 소재들인 것도 맞다. 킬러의 등장으로 신나는 액션들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고,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과 뜨거운 형제애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은 깊은 여운을 주기엔 충분했다. 존 하트와는 첫 만남이었다. 책장에 <라스트 차일드>가 꽂혀 있긴 하다. <라스트 차일드>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아이언 하우스>를 먼저 읽은건 순전히 '그녀를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읽었던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들이 더 없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마이클과 줄리앙에게는 지옥같았던 아이언 하우스의 시절의 과거가 있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채 헤어진 두 사람이 재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사람은 차가운 킬러의 모습으로, 한 사람은 누구나 알아주는 동화 작가로 변모한 그들에게 아이언 하우스는 악몽 그 자체의 이름이었다. 한 가닥의 작은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게 그랬다. 작은 파편에 불과한 기억이었지만 그것을 극복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극명하게 갈렸다. 모든 사건은 과거에서부터 시작 된다. 차츰 차츰 쌓여 오다 한 번에 툭하고 터지니 걷잡을 수가 없다. 

 

적지않은 분량이다.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고 한 쪽당 28줄이나 되다 보니 페이지 줄어드는 쾌감은 없더라.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 덕분에 수월하게 읽긴 했다. 단 한 작품으로 확 사로잡는 작가가 있는 반면, 꾸준하게 읽힘으로서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소설만 읽고 존 하트라는 작가에 대한 확신이 서진 않는다. 하지만 읽는 사람 누구나 추천하는 <라스트 차일드>가 있기에 다시 한 번 기대해 보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