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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여기 마이클이라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직업은 킬러. 유령같은 훌륭한 일 처리 덕분에 조직 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그녀와 아이를 위해 킬러 일을 그만두고 조직을 떠나려 하지만 조직은 그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조직을 떠나려는 마이클 때문에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졌던 동생 줄리앙의 신변도 위태로워진다. 마이클은 오랜 시간 헤어져 있던 줄리앙을 찾으러 엘레나와 함께 떠난다.
어찌 보면 뻔한 전개들이 눈에 보인다. 비정한 킬러가 등장하는 것이나, 킬러가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싸움 같은 것들 말이다. 솔직히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릴러 소재들인 것도 맞다. 킬러의 등장으로 신나는 액션들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줬고, 한 남자의 절절한 사랑과 뜨거운 형제애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은 깊은 여운을 주기엔 충분했다. 존 하트와는 첫 만남이었다. 책장에 <라스트 차일드>가 꽂혀 있긴 하다. <라스트 차일드>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아이언 하우스>를 먼저 읽은건 순전히 '그녀를 위해서라면 지옥이라도 가겠다'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읽었던게 사실이지만 그보다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들이 더 없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마이클과 줄리앙에게는 지옥같았던 아이언 하우스의 시절의 과거가 있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채 헤어진 두 사람이 재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사람은 차가운 킬러의 모습으로, 한 사람은 누구나 알아주는 동화 작가로 변모한 그들에게 아이언 하우스는 악몽 그 자체의 이름이었다. 한 가닥의 작은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게 그랬다. 작은 파편에 불과한 기억이었지만 그것을 극복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극명하게 갈렸다. 모든 사건은 과거에서부터 시작 된다. 차츰 차츰 쌓여 오다 한 번에 툭하고 터지니 걷잡을 수가 없다.
적지않은 분량이다.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고 한 쪽당 28줄이나 되다 보니 페이지 줄어드는 쾌감은 없더라.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 덕분에 수월하게 읽긴 했다. 단 한 작품으로 확 사로잡는 작가가 있는 반면, 꾸준하게 읽힘으로서 그 진가가 발휘되는 작가가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소설만 읽고 존 하트라는 작가에 대한 확신이 서진 않는다. 하지만 읽는 사람 누구나 추천하는 <라스트 차일드>가 있기에 다시 한 번 기대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