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전트 다이버전트 시리즈
베로니카 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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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을 능가한다는 광고 문구에 낚여보기로 했다. 똑같은 광고 문구로 나온 책이 또 하나 있긴 하다. 심지어 작가 이름도 비슷하다. 로스와 로시의 모음 하나 차이. 어쨌든 먼저 읽게 된 <다이버전트>. <헝거 게임>이후의 이야기들에선 별 재미를 느끼진 못했지만 독특한 세계관에 눈길을 사로 잡혀 후속작이 나오길 오매불망 기다렸던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가깝지만 먼 미래. 전쟁으로 많은걸 잃은 이후 지구는 각 분파별로 나뉘어져 살고 있다. 다섯 개의 분파가 존재하는데 지식의 에러다이트, 평화의 애머티, 용기의 돈트리스, 정직의 캔더, 이타심의 애브니게이션. 주인공 비어트리스는 애브니게이션에 속해 있다. 적성 검사를 하고 나서 비어트리스는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뜻밖의 결과에 놀라고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다이버전트의 얘기를 듣게 된다. ‘다이버전트의 의미를 전부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 사실을 숨기고, 돈트리스로 이적하지만 돈트리스에서의 하루하루는 벅차기만 하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세상이다. 행동양식이나 직업, 성격 등, 하다못해 먹으며 입는 것까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지만 심하게 억압된 삶은 아니다. 서로 대립되는 분파는 있지만 분파간의 이동도 자유로운 편인 것 같고. 분파마다 규제되는 것들의 차이는 조금씩 있는 것 같다. 분파의 성향에 따라 틀려지기도 하는데 돈트리스에선 외모 꾸미기에 대한 통제는 전혀 없어 보인다.

 

생소한 단어들과 독특한 세계관은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다이버전트의 설정은 좋다. 독특하고 신선해서 좋았는데 그게 전부. 대박 소설이 하나 터지고 나면 이후 비슷한 스타일의 소설들이 많이 출간된다. 다른데서 보지 못했던 독특함이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다른 소설들과 비슷한 설정들을 일일이 짚어가며 설명을 하기는 힘들지만 한번쯤은 어디선가 보았던 설정이라서 솔직히 조금 식상한 면도 있다. 아직 시리즈의 첫 번째라 실망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도 하는데 이후 나올 시리즈에는 좀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다섯 개의 분파로 나뉜 세계관도 눈길을 끌기엔 충분했지만 적절한 로맨스와 적은 분량이지만 스릴러를 첨가함으로서 보다 독자들의 재미를 충족시킨다. 어장 관리하는 여주인공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 학교생활을 보는 듯 배움에 열을 올리는 그들이 조금 지루해보일 수도 있으나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한 서막이니 어느 정도 감수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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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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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죽인 카지 소이치로 경감. 아내를 목 졸라 죽인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자수를 한다. 촉탁살인임이 밝혀지지만 자수하기까지의 이틀에 대한 공백은 입을 굳게 다문다. 과연 카지 경감의 사라진 이틀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처음부터 아내를 죽이고 자수한 남편이 등장하고 차츰 진행되는 수사를 각기 다른 곳의 시선으로 잡아낸다. 경찰을 시작으로 검찰, 언론, 법정, 교도소까지 한 사건에 복잡한 이해관계로 꼬인 사람들에게서 사라진 이틀에 대한 의문을 풀어간다.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진행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소이치로의 경감이 아내를 죽이고 나서 행방이 묘연했던 이틀에 대한 수수께끼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조직간 벌어지는 알력 싸움도 틈틈이 등장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 알력 싸움으로 수사 방향이 길을 잃고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전개다.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사건에 얽혀 있는 여러 명의 사람들에게 집중함으로서, ‘라는 의문은 차치하고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다 좋았지만 전부를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건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차이 같다. 우리나라는 사건이 터지면 에 의문을 품고 그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건 이후의 관심은 범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나 생긴다. 하지만 <사라진 이틀>에선 사건 후의 공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범인이 자수했으면 됐지, 그 이틀의 공백은 굳이 왜 알려고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죗값의 기준은 범행 사실로 결정되는 것이니까. 여기서 차이가 생긴다.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마 이것 때문이 아닐까.

 

역시나 등장인물이 많다. 메모지에 인물관계를 정리하며, 메모해가며 읽었다. 포스트잇 크기의 메모지로는 어림도 없다. 조직과 사람을 중심으로 글을 쓰는 작가라서 그렇다. 단순하면 참 좋을텐데 단순해지면 재미없을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이야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걸맞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 같다. 스케일이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무리 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거장의 힘을 느꼈던 <64>만큼의 재미는 느끼지 못했지만 <사라진 이틀>만의 재미를 느끼기엔 부족하지 않다. 필요한 사실들만 추려내는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솔직하고 인간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라 좋다. 요코야마 히데오를 좋아할 이유는 그거 하나로 충분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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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 인간심리를 통해 본 파괴적 본능의 진실
요제프 빌플링 지음, 김세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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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혹해서 읽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범죄수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런지 유독 이런 책들이 눈에 잘 보인다. 범죄심리학 책은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혹시나 어렵지는 않을까 했었다. 보통 평범한 사람이든, 살인자든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머리 아플 것만 같아 심리학책을 보는건 꺼려지는 일중에 하나였다. 심각한 범죄심리학 책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무난하게 읽혀서 조금 의외.

 

저자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수사관이자 심문전문가. 40년의 경찰 생활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겪었던 사건들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들만 모아놓은 책이다. 99%의 뛰어난 사건해결 능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조금 자기 자랑처럼 들리는 건 사실.

 

작은 취조실에서 이루어지는 살인범과의 대화. 취조실을 만들 때 공간의 크기나 벽의 색깔 등 치밀한 계산 하에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적인 환경으로 범인이 얼마나 진실을 털어놓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직접 심문하는 사람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런 면에선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것 같다. 필요한 사실들을 추려내기 위해 때에 따라 각기 다른 접근 방식으로 범인을 심문하며 범인이 느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평범하지만 순식간에 살인자로 돌변해버린 보통 사람들이 더 무섭다. 잠재되어 있는 잔혹함이 눈 깜짝할 사이 자신도 모르는 새 드러난다. 자신에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사소한 계기로 불쑥 솟아오를 때 사람은 평소보다 더한 분노에 휩싸인다. 누구나 악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요인이 더 나쁜 것이지만 그걸 절제하고 통제하는 순발력도 필요한 것 같다.

 

살인자가 되어버린 사람의 농밀한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잔혹성에 놀라기도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들에 모두 납득할 순 없어도 어느 정도 조금씩 이해가 가는걸 보니 내면엔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면모들이 있나 보다. 사이코패스나 사회적으로 무언가 결여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잔혹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내일 당장 내 이웃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소리가 있는데 솔직히 그런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인간의 숨겨진 잔혹성에 놀라고 눈살 찌푸려지는 사건의 끔찍함에 식겁한 사례들이었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쉽게 읽혔다. 심리학책이라고 해서 겁을 집어먹고 시작한게 의외로 좋게 작용했나 보다. 인간이 어디까지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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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일기Z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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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대세다. 최근에 영화 월드 워 Z’15세 관람 등급으로 개봉하면서 좀비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 옅어진 것 같다. 잔혹하고 더럽고 끔찍한 좀비가 가족영화(?)의 소재로 쓰인건 정말 대단한 사건이자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좀비에 대한 시선도 예전에 비해 많이 너그러워진 것 아닐까. 이런 상황에 때맞춰 눈에 띄는 색다른 종말소설이 나왔다.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생긴 언데드들로 인해 세상이 서서히 종말을 거치면서 한 남자가 처절하게 겪게 되는 생존기이다.

 

제목처럼 주인공 의 일기를 모은 글이다. 전기가 끊기기 전까지는 인터넷의 블로그 형식으로, 전기가 끊기고 나서는 직접 손으로 쓴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는 세계로 퍼져 나가지만 언론 통제로 질병의 정체를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질병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의 주변도 그 질병에 점점 잠식되어 가는데...

 

내 앞에 당장 인류가 멸종하고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책 속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보다 용기가 많은 편인 것 같다. 국가에서 마련해주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다하고, 험난한 피난 생활이 예상됨에도 혼자 스스로 생존을 위한 선택에 후회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홀로 남겨져서도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데 보통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좀비라는 말이 대놓고 등장하지 않아도 언데드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생김새나 하는 행동을 봤을 때 틀림없이 좀비가 분명하다. 좀비가 식상해 보여도 좀비를 다룬 작품마다 조금씩의 특징은 있기 마련이다. 좀비가 등장하는 컨텐츠들은 지금보다 조금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게 많다. <종말일기 Z>는 당장 현실의 종말을 다뤘는데 그래서 더 섬뜩하고 오싹하게 느껴졌나 보다. 다른 걸 떠나 좀비물이라서 그저 좋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 있다. 주인공 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필요한 기술들이 마치 종말을 준비한 것처럼 배치되어 있는데, 그게 조금 작위적인 것 같아 조금 불만

 

얼마 전 <좀비 그리고 생존자들의 섬>이란 국내 작가가 쓴 소설을 읽었다. 좀비만 가득한 세상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의 생존기였다. <종말일기Z>의 포맷도 비슷하다. 물론 작가들의 국적도 틀리고 무대배경도 틀리다. 두 소설의 다른 점에 따라 공감의 크기도 틀려지는지 모르겠지만 <종말일기Z>에서 생각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았다. 초반의 일기는 좋았지만 후반부의 일기는 그저 기록으로만 보여서 안타까워지기도 했고... 3부작의 시작이라는데 이후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궁금하긴 하다. 아직 많은 이야기가 남았으니 처음부터 실망하기엔 이른 것도 같고. 아무튼 다음 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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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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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미스터리 수상작인데 귀신이 등장한다. 분명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맞는데 귀신이 등장한다는 소리에 호러물인가 했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읽고 싶어서 선택했던 책이다.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조합인 추리와 유령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졌다. 얼핏 내가 좋아하는 미드인 '수퍼내츄럴'이 생각나기도 했고...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큰 리본을 했으며, 큰 가슴과 철골을 흔들어대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존재가 등장한다. 소문은 점점 커져 그 존재에게 강철인간 나나세라는 별명이 붙는다. 기이한 소문이 들려오는 한적한 도시에 요괴를 퇴치하기 위해 이와나가와 쿠로가 찾아온다. 둘만의 힘으론 부족해 쿠로와 인연이 있었던 교통과 여경 사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처음엔 이름도 없었던 요괴는 사람들의 망상과 소문들이 더해져 단단한 실체로 거듭난다.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가설을 세운다는 것 자체만으로 추리가 완성되어 가는데 그 과정이 실로 놀랍다. 눈앞에 보이는 진실이 진짜 진실이라고 생각했는데 허구의 이야기를 믿게끔 만들어 거짓이 진실로 바뀐다. 궤변처럼 들리기도 하는 논리는 조금 어이없기도 한데 <허구추리>라서 그만의 매력으로 다가오는게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강한 캐릭터들이다. 요괴인 나나세의 존재도 쎄다고 생각했는데(우선 생김새부터 차원이 틀리다.) 주인공인 이와나가와 쿠로가 지니고 있는 어떤 특수한 능력으로 캐릭터들의 힘을 더했다. 만화적인 요소가 보이는 캐릭터들은 다소 과장되어 보여도 요괴가 등장한다는 특이한 소재에 딱 어울리는 주인공들이라서 좋았다.

 

캐릭터의 힘이나 요괴와 추리의 조합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일러스트 목차였다. 색다르게 보이기도 했고 신경 쓴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정성스레 준비한 모습 같아서 살짝 감동. 내용이 조금 더 길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목차만으로도 작은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부담스러워 보이는 표지는 조금 불만. 절대 어디 내놓고 읽을 수가 없다. 민망해서...

 

논제를 거듭하는 후반부는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의외의 반전이기도 하지만 거듭되는 추리들로 늘어지는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최근 본격 미스터리와의 안좋은 기억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시작한 책이었다. 선입견을 갖고 시작한게 미안해질 정도로 의외의 재미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몰입감도 좋았는데 그게 전부 캐릭터의 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딱히 어떤 장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책처럼 보이지만 그만의 매력으로 무장했으니 색다른 추리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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