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 인간심리를 통해 본 파괴적 본능의 진실
요제프 빌플링 지음, 김세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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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혹해서 읽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범죄수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그런지 유독 이런 책들이 눈에 잘 보인다. 범죄심리학 책은 아직 읽어보질 못해서 혹시나 어렵지는 않을까 했었다. 보통 평범한 사람이든, 살인자든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일은 머리 아플 것만 같아 심리학책을 보는건 꺼려지는 일중에 하나였다. 심각한 범죄심리학 책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무난하게 읽혀서 조금 의외.

 

저자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수사관이자 심문전문가. 40년의 경찰 생활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겪었던 사건들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들만 모아놓은 책이다. 99%의 뛰어난 사건해결 능력은 높이 살만하지만 조금 자기 자랑처럼 들리는 건 사실.

 

작은 취조실에서 이루어지는 살인범과의 대화. 취조실을 만들 때 공간의 크기나 벽의 색깔 등 치밀한 계산 하에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적인 환경으로 범인이 얼마나 진실을 털어놓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부적인 요소보다는 직접 심문하는 사람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런 면에선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것 같다. 필요한 사실들을 추려내기 위해 때에 따라 각기 다른 접근 방식으로 범인을 심문하며 범인이 느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평범하지만 순식간에 살인자로 돌변해버린 보통 사람들이 더 무섭다. 잠재되어 있는 잔혹함이 눈 깜짝할 사이 자신도 모르는 새 드러난다. 자신에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사소한 계기로 불쑥 솟아오를 때 사람은 평소보다 더한 분노에 휩싸인다. 누구나 악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요인이 더 나쁜 것이지만 그걸 절제하고 통제하는 순발력도 필요한 것 같다.

 

살인자가 되어버린 사람의 농밀한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잔혹성에 놀라기도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들에 모두 납득할 순 없어도 어느 정도 조금씩 이해가 가는걸 보니 내면엔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면모들이 있나 보다. 사이코패스나 사회적으로 무언가 결여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잔혹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내일 당장 내 이웃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소리가 있는데 솔직히 그런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것 아닐까.

 

인간의 숨겨진 잔혹성에 놀라고 눈살 찌푸려지는 사건의 끔찍함에 식겁한 사례들이었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쉽게 읽혔다. 심리학책이라고 해서 겁을 집어먹고 시작한게 의외로 좋게 작용했나 보다. 인간이 어디까지 끔찍해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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