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그래닛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스코틀랜드의 도시 에버딘을 배경으로 '로건 맥레이'경사가 주인공인 스릴러물이다. 동유럽쪽 스릴러물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어떨까 내심 기대를 했다. 그쪽 나라들답게(?) 날씨는 비와 눈이 지겹게도 내렸고, 차가운 화강암의 도시이다 보니 서늘한 기분이 읽는 내내 따라 다녔다. 물론 끔찍한 아동 연쇄 살인 사건도 빼놓을 수 없고.

 

일년 전 여성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을 잡으면서 생명까지 위태로워졌던 로건이 다시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몇 달 전 실종된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고 잔혹하게 살해한 방법이 부검을 통해 밝혀지면서 충격에 휩싸인다.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온전치 못한 몸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되고 출중한 능력을 바탕으로 사건을 차근차근 파헤쳐 나간다.

 

이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한 살해 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다. 게다가 어린 아이를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다 보니 그 충격은 다른때보다 더 했다. 빨리 범인을 잡고 평화로운 일상이 되길 바랬지만 생각만큼 범인 찾기는 쉽지가 않다. 정황 증거는 있는데 확실한 단서가 없다 보니 수사는 언제나 제자리. 그래도 적재적소에 배치된 픽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여러 장면들 덕에 힘 빠지게 하는 수사 과정을 무리없이 지켜볼 수 있었다.

 

흔하게 보이는 마초적이고 남성미 물씬 풍기는 남자 주인공들과 달리 <콜드 그래닛>의 로건 맥레이 경사는 조금 친근하게 느껴졌다. 상사의 눈치도 보고, 여자 부하와의 로맨스도 기대하는 점들이 소소한 재미로 다가와 친근한 캐릭터로 다가온 것 같다.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들이 부각되다 보니 카리스마는 덜 했지만 옆집 아저씨(?) 같이 편한게 매력이라면 매력으로 꼽을 수 있겠다.

 

보다 친근한 캐릭터와 영국 냄새 물씬 풍기는 분위기로 강력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잔혹한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을 덤덤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읽는 내내 서늘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독불장군같은 캐릭터들에 슬슬 지쳐갈때 만나면 좋을 소설. 개인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로건같은 남자도 만나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건... '형사나 탐정은 이래야만 해'라는 고정 관념을 좀 깨줘야 되니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기한 오드 아이를 가진 소녀의 사진을 표지로 한 책. 오드 아이가 너무 신기해서 입소문이 퍼지기도 전에 사놓고 책장에 꽂아뒀던 책이었다. 작년 여름,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밥 먹으러 시댁 식구들과 같이 타고 가는 불편한 차 안에서도 내려놓지 못했던 그 책, <제노사이드>와 비교되는 얘기들이 많아 너무 궁금했었다. 그렇지만 읽을 책들이 밀려 이제서야 느즈막히 만나 본 <궁극의 아이>.  

 

세계적인 거물인 나다니엘 밀스타인의 살해 사건이 터지고 FBI요원 사이먼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 된다. 발신일이 십년전 오늘로 찍힌 편지에는 의미심장한 말이 써있다. 장난이라고 여겼던 편지에 써있던 일이 사이먼의 눈 앞에 실제로 벌어지자 편지를 보낸 신가야라는 인물을 찾게 된다. 신가야를 만나기 위해 엘리스를 찾으러 갔지만 그녀가 전한 뜻밖의 사실은 신가야가 10년 전에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전 세계를 무대로 정신없이 이야기는 흘러간다. 실제 일어났었던 9.11테러사건과 묘하게 맞물린 모든 사건들은 허구지만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어디 있을법한 허구의 이야기들을 사실처럼 믿게 만드는건 작가의 능력이다. 미래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 신가야라던가, 그림자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한 묘사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사실처럼 느껴져 섬뜩해지기도 한다.

 

신가야와 엘리스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이야기들은 거미줄처럼 서로 엉켜 복잡한 모양을 이룬다. 하지만 산만하지도 않고 정확히 보여줄 만큼만 보여주면서 책을 덮을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국내 소설이지만 한국적인 분위기는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을 정도의 탄탄한 스토리에는 감동까지 받았다.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쓸 때 난감한 경우가 더러 있다. 너무 재미가 없어서 할 말이 없거나, 너무 재미 있게 읽었는데 무슨 말부터 해야될지 앞이 깜깜해질때. <궁극의 아이>는 후자의 경우다. 평일 늦은 밤에 이 책을 들지 말았어야 했다. 뛰어난 몰입감과 속도감으로 나를 사로잡아 새벽을 꼬박 지새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벽잠이 쏟아지는줄도 모르고 책 읽다 밤을 지새운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토리면 스토리, 인물이면 인물 무엇 하나 흠 잡을 곳 없이 탄탄하게 쓰여진 이 책에 대해 더이상 할 말이 무엇이 있을까. 그냥 닥치고 읽어 보세요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한 보상
새러 패러츠키 지음, 황은희 옮김 / 검은숲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더운 여름날, 정전 때문에 어두컴컴해진 사무실로 한 남자가 찾아 온다. 그 남자는 시카고 최대 은행의 부행장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자신의 아들인 피터의 여자 친구를 찾아 달라고 의뢰를 한다. 우선 부행장의 아들 피터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지만 싸늘하게 식어 있는 피터의 시신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남자가 은행의 실제 부행장이 아님을 알게 되고, 피터의 여자친구 애니타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자 경찰이 주인공은 소설은 더러 있었지만 여자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은 드물다. 홀로 사건을 수사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기에 여자들은 힘겨워 보이는 걸까. 아무튼 여기 당차고 기 쎈 '여자' 탐정 워쇼스키가 있다. 뛰어난 패션 감각을 뽐내며 연애도 하고 즐길 것도 즐기면서 똑 부러지게 일하는 그녀는 탐정이라는 이름보다 알파걸의 이름이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 시체를 보고 전혀 놀라지 않고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냉정함을 가지고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어떤 때는 남자들과의 격한 몸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화끈한 면모를 과시한다. 그런 그녀가 사건을 수사하며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흥미롭게 진행된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가슴 속에 더없이 따뜻함을 품고 있는 그녀는 친근하기도 하다. 로티와 질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거대한 보험사와 노동 조합이 등장하고 전형적인 화이트 칼라 범죄의 틀을 보여줘 하드보일드한 면은 없었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발견한 사건에 관련된 단서들은 조금 뜬금 없었지만 뜨거운 열정과 강한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워쇼스키는 끝까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시체가 등장하지만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수사는 아니어서 피가 난무하지도 않고 긴박하지도 않지만 워쇼스키라는 기 쎈 여자 탐정으로 인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간된지 좀 오래된 소설이라 지금과 너무 다른 풍경에 낯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워쇼스키가 너무 매력적이라 위화감을 느낄 틈도 없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일일히 사람을 찾아 다니며 발품 파는 모습들은 워쇼스키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했다. 어쩌다 보니 책에 대한 느낌보다는 워쇼스키의 매력 탐구처럼 보여 조금 난감하지만 스릴러 소설 좋아하는 여자인 내가 워쇼스키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되는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헛된 기다림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책 속에는 아프가니스탄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자음의 차이일뿐 그 나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방송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는 나라임은 틀림 없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현실성 없는 뉴스들로 인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했던 마음이 컸었다.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낯설음도 크게 한 몫했지만 분쟁 지역의 이야기들은 다른 세상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느 마을 외곽에 위치한 호수 근처에 영국인인 의사 마커스에게 라리사라는 러시아 여인이 찾아 온다. 그 여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복무중 행방불명된 자신의 남동생 베네딕트를 찾으러 왔다. 손자와 함께 실종된 마커스의 딸 자민이 라리사의 행방불명된 남동생과 아는 사이였다는걸 알게 된다. 한편, 보석 거래상이자 전직 CIA요원이었던 데이비드는 자민과 사랑하는 사이였다.  

 

내전으로 자살 테러가 끊이질 않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곳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이 심한 차별을 받고 있는 곳이라는 거다. 신성한 종교라는 이름 아래 가족들에 의해 명예살인이 자행되고 있고, 너무 심한 성별 차이로 짐승만도 못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나라. 책 속에서도 비참한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지만 그 나라에선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마커스의 집으로 모인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신분, 종교, 인종 모든 것이 틀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내보이지만 어설픈 위로를 하려는 사람도 없다.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분노나 화를 내는 사람 또한 없지만 그 상처로 마냥 아파하고 있지만은 않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법은 현실을 직시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뿐. 종교나 국적, 모든 것을 떠나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들임은 분명하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들은 불가항력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초월해 덤덤하고 철저하게 자신의 시각으로만 써내려간 글에선 사실성이 짙게 묻어난다. 종교적 차원의 일들은 앞으로도 내 상식 안에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내전으로 피폐해진 그들의 삶에는 조금이나마 동조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떠나 전쟁이라 함은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고 뜨거운게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친구에게서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신인 공모전에 투고를 했다는 것이다. 공모전에 접수 된 작품도 내가 쓴 것과 비슷하다.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원래 하던 일이었던 책 편집을 하기 위해 이사를 한다. 이사를 한 동네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양식 낡은 주택 하나. 그 곳에서 의뢰받은 동인지의 연재 소설을 집필하기로 마음 먹고 음산한 기운이 넘치는 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긴다.

 

소설 속에는 또 하나의 소설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가 동인지에 연재하는 호러 소설인 <모두 꺼리는 집>. 연재하는 소설에선 코토히토라는 소년이 주인공인데 서양식 주택으로 이사후 섬뜩함을 느끼고 쓰구치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미쓰다 신조가 현재에서 겪는 일들과 자신이 연재하는 소설 속 고토히토가 겪는 일들이 교차되며 전개 된다. 어떻게 보면 완전 똑같아 보이는 둘의 상황이 교묘하게 맞물리며 서늘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진다.

 

호러 소설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이나 에도가와 란포를 향한 무한 애정은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이야기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호러 소설에 대한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애정이나 지식들은 대단해 보였고, 덕분에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지식에 대한 부분도 허구와 진실을 교묘히 섞어 놓아 책의 존재 유무가 불분명 하지만 소설 속의 소재로서 충분히 가치는 있어 보인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렌조 미키히코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줄 몰랐다. 그 작가의 책만 읽었다 하면 일본 소설에 대한 애정들이 순식간에 식어 버려 난감했는데 미쓰다 신조 덕에 다시 보게 되었다.

 

확실히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미쓰다 신조. 허구인지 실제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든 독자들을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조합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미쓰다 신조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이 이 정도면 작가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오싹함이 싫어질 만도 한데 묘한 매력에 자꾸 뭐에 홀리듯 읽게 된다.

 

미쓰다 신조가 등장하는 작가 시리즈. 작가 본인의 이름을 갖다 붙힌 주인공 덕에 진짜 인물이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음산한 기운에 둘러 싸인 서양식 주택 '인형장'에서 미쓰다 신조가 겪은 체험기이자 집필기는 작가 시리즈의 첫번째다. 숙제처럼 느껴져서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서늘한 오싹함에 즐겁게 <기관>을 읽었으니 이번에 나온 <작자미상>도 얼른 만나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