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 케이스북 셜록 시리즈
가이 애덤스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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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판, 더빙판을 한 번씩 본 것도 모자라 보고 또 보고를 수없이 반복했던 영드 셜록’. 한 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매력에 홀랑 넘어간 것도 한몫했지만 치밀한 구성과 정교함도 나를 영드 셜록팬으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시즌3을 기다리다 지쳐갈 때쯤 한줄기 구원의 빛처럼 번쩍하고 나타난 국내판 셜록 케이스북! .. 멋지다!

 

솔직히 셜록 홈즈의 원작을 읽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내용은 몰라도 제목만 들어도 아서 코일 도난이 쓴 셜록 홈즈라는 건 안다.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수많은 컨텐츠에 등장한건 인정하지만 언제 한 번 제대로 접해본 기억이 없다. 이런 무지한 상태로 영드 셜록을 보기 시작했으니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원작과 얼마나 틀린지 알 수 없어 조금 답답했었다. 꼭 알아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지만 원작이 있으니 궁금한 건 당연한 얘기. 그 궁금증을 해결해준 게 이번에 나온 <셜록 케이스북>이다. 챕터마다 원작과 무엇이 틀린지, 무엇이 각색되었는지 친절한 설명들이 첨부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었던 바티칸 카메오의 뜻도 이번에 알았다. -.-;;

 

 

깨알같은 포스트잇 대화들. 존의 스크랩북 곳곳에 셜록의 참견들이 보인다. 그 참견들에 대답하는 짜증 섞인 존의 말투는 귀에 들리듯 생생했다. 아쉬운 건 포스트잇에 쓰여진 폰트가 너무 흔하다는 것? 원서를 따라할 순 없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니 차치하더라도 조금 더 손글씨처럼 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도 많은 고심을 했다고는 하는데 글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영드 셜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코 짐 모리아티를 연기한 앤드류 스캇이 아닐까 싶다. 셜록에게 최악의 상대였던 짐 모리아티를 연기하기 위해 그가 했던 피나는 노력들로 악당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했다. 그리고 셜록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었던 그 여자 아이린 애들러’.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에피이기도 한 <벨그레비이어 스캔들>에 등장한 그녀는 상남자 셜록을 단숨에 굴복시킨 인물이다. 둘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는 여심을 흔들었고, 21세기형 마지막 반전은 감탄이 절로

 

 

원작을 떠나 이 책은 영국 드라마 셜록에 대한 책이다. 원작은 알더라도 드라마를 못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디테일한 면들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는 책인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의 숨겨진 이야기와 드라마 셜록의 탄생 비화 등. 오직 영국 드라마 셜록의 덕후들만 알 수 있는 책. 시즌2에서의 충격적인 결말 때문에 시즌3이 너무 궁금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지만 아쉬운 마음은 드라마를 본 후 구입했던 셜록 홈즈 전집으로 달래봐야겠다. 드라마 리뷰인지, 책에 대한 서평인지 모를 알 수 없는 이 글은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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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빌 - 오직 싱글만을 위한 마을
최윤교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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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싱글빌에 입주하게 된 성윤. 조용하게 살기를 바란 성윤 에게 이만한 입주 조건의 보금자리는 없었다. 옆집에 입주한 소영이란 여자와 매번 부딪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임소영이 아님을 안다. 싱글빌과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아저씨 타입의 중년 남자 성민과 세련된 외모에서 물씬 풍기는 매력으로 무장한 정혁까지... 그리고 싱글빌의 주인인 장미인과 젊은 피 건우까지 합세한 이곳에서의 생활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싱글빌에 입주하기 위해선 입주민들이 지켜야 할 조항이 있다. 바로 연애 금지조항. 그 조항을 어길시 무조건 퇴거해야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비밀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비밀을 가지고 들어온 현아나 점점 밝혀지는 입주민들의 비밀들은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숨기기에 바빴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천천히 다가가기로 한 그들. 싱글빌에 입주한 여섯 남녀에게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랑의 색깔들은 화려하고 찬란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전개도 빠르고 풍부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들어 있다. 무엇 하나 빼놓기 싫을 정도로 알찬 재미를 주던 이야기들. 뒤를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사소한 오해로 시작되어 첫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점점 깊어가는 감정들은 다룬 건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누가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사랑을 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조금 다르게 읽힌다. 깃털처럼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진중하니 무게감 있게 그려내서 알싸한 감정도 선사한다.

 

세상 모두가 사랑을 하기 마련이지만 사랑에 실패해서, 사랑 때문에 아파서 스스로 혼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혼자 지내는 것도 편하고 좋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랑을 외면하기엔 우리는 늘 아프다. 모두가 완벽한 사랑일 수는 없다. 처참히 깨지고 아파보고 피가 나봐야 비로소 서로에게 딱 맞는 조각이 되지 않을까. 사랑으로 상처 받은 마음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깨지고 상처 받았지만 결국엔 사랑 때문이라는 이유가 생기니까 말이다.

 

퍼플로맨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낱 가벼운 장르 소설이라고 치부되어 왔던 로맨스 소설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공감이 되는 이유도 남녀가 만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끌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들에게 토닥거려주고 싶은 마음도 불끈 생기는걸 보니 어느새 그들과 같은 마음이 되었나 보다. 키득거렸고, 격하게 공감했으며, 그들의 사랑에 브라보를 외쳐댔으니 이만하면 즐기기엔 더 없이 훌륭한 소설이었다.

 

 

p.176

"그래도, 나랑 같이 실패하면 안 돼? 실패하면 다시 사랑하고, 또 실패했다가 또 다시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좀 더 낫게 실패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될지도 모르잖아.“

 

p.239

한 사람을 이루는 것들은 장점이든 단점이든 서로 어지럽게 얽혀 있다. 모든 것이 그이다. 그를 바꿀 생각에 골몰하기보다, 그를 사랑할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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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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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작가가 1990년대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 왔다. 많은 공감을 하게 만들던 전작들이라서 정이현 작가의 신작을 선택하는 것엔 고민 따위는 필요 없었다. 소설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100% 발휘된 선택이었으니까. 작가만의 방식대로 그 때의 현실에 마주하는 방법은 어떨지 기대 되었다.

 

부모의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할머니의 집에 맡겨진 세미,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욕이 튀어나오는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준모, 지나간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 지혜. 이 세 친구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십대를 보내는 이야기이다. 세 친구들에겐 서로 공유할 수 없는 비밀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새 각별한 사이가 되고 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각자 드리워진 삶의 무게를 견디며 일탈도 아닌, 방황도 아닌 그저 그런 날들을 흘려보내고 있는 그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인데 참 덤덤하게만 느껴진다. 그 시절 누구나 앓는 성장통일 수 있지만 그 친구들에게 특별해지는 이유는 간직하고 있는 상처들이 남들과 조금 달라서일 수도 있다. 이야기는 세미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곁다리처럼 뻗어 있는 준모와 지혜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격동의 70~80년대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90년대도 꽤나 시끄러웠다. 소설의 처음도 김정일이 죽은 걸로 시작된다. 김정일은 2011년도에 죽었지만 30대의 세미가 10대의 기억들을 회상 해보니 1994년도엔 김일성의 죽음이 있었다. 1990년대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사건들이 소설 속을 관통한다. 그래서 세미와 비슷한 또래인 나도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10대의 그 시절. 그 시절의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일탈을 꿈꿨다. 그것을 실천에 옮겼든 옮기지 못했든 지금은 그런 것들도 소소한 추억이 되었다. 그 시절, 그 때의 우리만이 가질 수 있었던 감성이 어땠는지 더듬더듬 기억이 났다. 그 모든 걸 다 기억해낼 순 없어도 작가의 글을 읽으며 하나씩 되새겨 보니 어느덧 그 감성들로 인해 촉촉해졌다.

 

그 시절에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하고 싶은 모든 걸 이루어낼 수 있다는 거였다. 그 바램속에 숨겨진 두려움은 모른 척 했던 것 같다. 꿈꾸는 것만으로도 즐거움 그 자체였으니까. 어른이 되어 보니 마냥 철없게만 느껴지는 그 시절이지만 그 때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건 그 시간 나와 함께 했던 꿈 때문이지 않을까. 잠시였지만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으로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안녕, 내 모든 것>. 처음과 끝을 같이 의미하고 있는 안녕처럼 그 때의 내 모든 것에 안녕이란 인사를 해본다.

 

 

p.220

언젠가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 왔다 갔다. 똑같은 박자, 똑같은 템포, 똑같은 리듬, 똑같은 비트, 똑같은 친구들, 똑같은 웃음. 그러나 똑같은 시간은 아니었다. 지나간 시간들은 가늠할 수 없는 공간으로 소멸되었으며, 새로운 시간들이 천연덕스러운 눈빛으로 출몰할 것이다.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순간 우리는 각자 한없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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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
박하와 우주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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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부부가 쓴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도 놀라운데 검찰청 출신의 부부작가가 썼다. 실제로 있는 줄도 몰랐던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밀실살인 등. 그냥 지나치기엔 소설의 전반적인 얘기들이 눈에 확 띄었다. 그동안 국내 스릴러 소설에 대한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자극적인 소재에 팔랑거리는 얇은 귀는 어쩌질 못하겠더라.

 

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장준호 박사는 30일 일정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어느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그곳으로 속속 모여든 범죄 피해자의 유족들. 같은 아픔을 지닌 유족들은 치료 과정에서 서로 깊은 유대감이 형성된다. 모두가 모여 치료하던 어느 날 장준호 박사에게 의문의 소포가 배달되고 소포가 폭발하면서 정체불명의 흰 가루를 뒤집어쓰게 되는데...

 

흰 가루의 정체가 드러나고, 사건도 서서히 연쇄 살인으로 변해간다. 복잡한 과거사들과 함께 서로에 대한 불신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드리워진 살인의 그늘에서 그들은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연쇄 살인이 중심이지만 소설의 무대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라는 곳이다 보니 밀실 살인이 함께 한다. 밀실 살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건 깜짝 반전에 있다. 뒤통수를 얼마나 얼얼하게 만드냐에 따라 반전 소설의 완성도가 틀려진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 보여준 반전은 기대를 넘어섰다. 생각보다 강한 반전에 잠시 멍할 정도. 예상되는 반전일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뚝뚝 끊기던 초반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밀도가 높아진다. 비교적 많은 등장인물들 덕에 그들의 과거가 헷갈리기도 하는데 적응해보니 그건 조금 아쉬운 정도.

 

뉴스에서 접하던 강력 범죄 사건들. 그 사건의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니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화면에서 잠깐씩 볼 수 있었던 그들의 절규에 짠한 마음이 들긴 했어도 남겨진 사람들이 겪을 고통이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부부작가의 검찰청 출신이라는 경력 덕분에 유족들의 고통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 것 같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그들이라 유족들의 사그라지지 않는 울분이 좀 더 촘촘하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다.

 

전반적인 배경 때문에 조금 색다른 스릴러 소설이었다. 반전도 좋았지만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범죄 피해자의 유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짧은 시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피의자에게 살의를 느낄 정도로 강한 분노를 표출하지만 사회에서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범죄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알게 모르게 외면하고 있었던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도 전부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작은 관심이 따뜻한 배려와 함께 한다면 그 상처들에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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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사계절 : 가을 소나타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3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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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사계절 시리즈중 세번째인 '가을 소나타'. 외우기도 힘들던 작가 이름이 이제서야 입에 착착 붙는다. 몬스 칼렌토프트. 민머리를 한 작가 사진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소설 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장르 소설이라는게 무색해질 정도로 문학적인 요소들이 많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름의 죽음'편에서 위기에 처했던 말린의 딸 토베. 말린은 토베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평소 술을 남들보다 좀 많이 먹는다 싶었는데 토베의 사건으로 인해 술을 더 먹게 된 말린. 잠시 평화로웠던 얀네와의 관계는 다시 악화되었다. 린셰핑에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500년이 넘은 오래된 고성 스코그소 성 해자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 남자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를 쌓으며 성공의 길을 달리던 변호사 피테르손. 몸에 수많은 자상의 흔적이 남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던 걸까.

 

토베의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알콜 중독 증상까지 보이며 날이 갈수록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는 말린은 이번 편에서 힘을 많이 잃었다. 전작들에서 뛰어난 직감과 형사로서의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던 말린이 힘을 잃으니 소설 속에서 느껴지던 힘도 줄은 것 마냥 내내 쳐지기만 하더라. 역시 캐릭터의 힘이 컸던걸까. 처음에 정이 안가던 싱글맘 말린에게 어느새 푹 빠져 그녀만의 매력을 느꼈었는데 기운 없어 보이는 말린은 그녀같지 않아서 낯설다.

 

어디에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똑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나 보다. 전작에서도 보여줬듯이 평소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던 스웨덴의 이면을 낱낱이 고발한다. 드러내놓지 못하고 숨겨두기만 했던 사회 문제들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긴 했다. 그런 문제들을 꾸준히 소설을 통해 고발하고 있는 작가도 대단하고...

 

묘하다. 박진감 넘치는 소설도 아니고,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멈출 수가 없다. 솔직히 어떻게 보면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는 소설이다. 말린 곁을 맴도는 영혼들의 독백은 차치하더라도 조금 어렵게 읽히는 문장들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번 빠져들면 묘한 매력에 자꾸 끌리게 된다.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것도 아마 그런 매력 때문이지 않을까.

 

이제 계절 시리즈의 마지막 ‘봄’편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런 출간 속도라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정신 차린(?) 말린이 조금 더 행복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대로 된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사가 좀 안정이 되어야 말린도 사건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술도 좀 작작 먹고... ^.^; 미미한 판매량에도 꾸준한 출간을 해주는 출판사에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겨울편에서 미제로 남은 마리아 무르발의 강간 사건을 다룬 외전도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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