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가을 소나타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3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중 세번째인 '가을 소나타'. 외우기도 힘들던 작가 이름이 이제서야 입에 착착 붙는다. 몬스 칼렌토프트. 민머리를 한 작가 사진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소설 속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장르 소설이라는게 무색해질 정도로 문학적인 요소들이 많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름의 죽음'편에서 위기에 처했던 말린의 딸 토베. 말린은 토베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평소 술을 남들보다 좀 많이 먹는다 싶었는데 토베의 사건으로 인해 술을 더 먹게 된 말린. 잠시 평화로웠던 얀네와의 관계는 다시 악화되었다. 린셰핑에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500년이 넘은 오래된 고성 스코그소 성 해자에서 끔찍하게 살해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 남자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를 쌓으며 성공의 길을 달리던 변호사 피테르손. 몸에 수많은 자상의 흔적이 남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던 걸까.

 

토베의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알콜 중독 증상까지 보이며 날이 갈수록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는 말린은 이번 편에서 힘을 많이 잃었다. 전작들에서 뛰어난 직감과 형사로서의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던 말린이 힘을 잃으니 소설 속에서 느껴지던 힘도 줄은 것 마냥 내내 쳐지기만 하더라. 역시 캐릭터의 힘이 컸던걸까. 처음에 정이 안가던 싱글맘 말린에게 어느새 푹 빠져 그녀만의 매력을 느꼈었는데 기운 없어 보이는 말린은 그녀같지 않아서 낯설다.

 

어디에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똑같은 문제들이 발생하나 보다. 전작에서도 보여줬듯이 평소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던 스웨덴의 이면을 낱낱이 고발한다. 드러내놓지 못하고 숨겨두기만 했던 사회 문제들이 이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긴 했다. 그런 문제들을 꾸준히 소설을 통해 고발하고 있는 작가도 대단하고...

 

묘하다. 박진감 넘치는 소설도 아니고, 빠르게 읽히는 속도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멈출 수가 없다. 솔직히 어떻게 보면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는 소설이다. 말린 곁을 맴도는 영혼들의 독백은 차치하더라도 조금 어렵게 읽히는 문장들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번 빠져들면 묘한 매력에 자꾸 끌리게 된다.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는 것도 아마 그런 매력 때문이지 않을까.

 

이제 계절 시리즈의 마지막 ‘봄’편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런 출간 속도라면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정신 차린(?) 말린이 조금 더 행복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제대로 된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사가 좀 안정이 되어야 말린도 사건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술도 좀 작작 먹고... ^.^; 미미한 판매량에도 꾸준한 출간을 해주는 출판사에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겨울편에서 미제로 남은 마리아 무르발의 강간 사건을 다룬 외전도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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