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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빌 - 오직 싱글만을 위한 마을
최윤교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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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싱글빌에 입주하게 된 성윤. 조용하게 살기를 바란 성윤 에게 이만한 입주 조건의 보금자리는 없었다. 옆집에 입주한 소영이란 여자와 매번 부딪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임소영이 아님을 안다. 싱글빌과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아저씨 타입의 중년 남자 성민과 세련된 외모에서 물씬 풍기는 매력으로 무장한 정혁까지... 그리고 싱글빌의 주인인 장미인과 젊은 피 건우까지 합세한 이곳에서의 생활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싱글빌에 입주하기 위해선 입주민들이 지켜야 할 조항이 있다. 바로 ‘연애 금지’조항. 그 조항을 어길시 무조건 퇴거해야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비밀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비밀을 가지고 들어온 현아나 점점 밝혀지는 입주민들의 비밀들은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숨기기에 바빴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천천히 다가가기로 한 그들. 싱글빌에 입주한 여섯 남녀에게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사랑의 색깔들은 화려하고 찬란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전개도 빠르고 풍부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들어 있다. 무엇 하나 빼놓기 싫을 정도로 알찬 재미를 주던 이야기들. 뒤를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었다. 사소한 오해로 시작되어 첫인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점점 깊어가는 감정들은 다룬 건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누가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사랑을 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조금 다르게 읽힌다. 깃털처럼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진중하니 무게감 있게 그려내서 알싸한 감정도 선사한다.
세상 모두가 사랑을 하기 마련이지만 사랑에 실패해서, 사랑 때문에 아파서 스스로 혼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혼자 지내는 것도 편하고 좋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랑을 외면하기엔 우리는 늘 아프다. 모두가 완벽한 사랑일 수는 없다. 처참히 깨지고 아파보고 피가 나봐야 비로소 서로에게 딱 맞는 조각이 되지 않을까. 사랑으로 상처 받은 마음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소설 속 주인공들도 깨지고 상처 받았지만 결국엔 사랑 때문이라는 이유가 생기니까 말이다.
퍼플로맨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낱 가벼운 장르 소설이라고 치부되어 왔던 로맨스 소설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공감이 되는 이유도 남녀가 만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끌림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랑의 상처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들에게 토닥거려주고 싶은 마음도 불끈 생기는걸 보니 어느새 그들과 같은 마음이 되었나 보다. 키득거렸고, 격하게 공감했으며, 그들의 사랑에 브라보를 외쳐댔으니 이만하면 즐기기엔 더 없이 훌륭한 소설이었다.
p.176
"그래도, 나랑 같이 실패하면 안 돼? 실패하면 다시 사랑하고, 또 실패했다가 또 다시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좀 더 낫게 실패하면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될지도 모르잖아.“
p.239
한 사람을 이루는 것들은 장점이든 단점이든 서로 어지럽게 얽혀 있다. 모든 것이 그이다. 그를 바꿀 생각에 골몰하기보다, 그를 사랑할 궁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